中 세례 줬다는 이유로 현장 급습…장애인 전도사 체포

입력 2024-11-06 16:16 수정 2024-11-06 16:17
세례를 주고 있는 존차오 목사. VOMK 제공

중국이 최근 한 세례현장을 급습해 세례를 베푼 교역자들을 체포하고 세례를 받은 70세 이상의 고령자들까지 연행해 국제 기독교 감시단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순교자의소리(VOMK·대표 현숙 폴리)는 지난달 15일 중국 원난성에서 새신자들에게 세례를 베푼 존차오 목사와 창하오 전도사가 20여명의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고 6일 밝혔다. 이날 현장에 있던 성도 30여명은 대부분 70세가 넘는 고령자로 구성돼 있었으나, 세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공안국으로 연행되기도 했다.

현숙 폴리 VOMK 대표는 “(현장 소식통에 의하면) 창하오 전도사의 경우 이번이 20번째 행정 구금인데, 매번 ‘불법 전도’를 이유로 구금되고 있다”며 “그는 어린 시절 공장 화재로 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국가에서도 장애인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전슝현 공안국은 매몰차게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계를 유지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 대표는 “이날 창하오 전도사가 세례식이 끝났음을 알리자마자 20명이 넘는 경찰이 모임 장소에 들이닥쳐 휴대전화를 내놓으라며 윽박질렀다”며 “경찰은 현장에 있는 모든 이의 주머니를 수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연로한 성도들이 조금 느리게 반응하자 고함을 지르는 등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89세의 한 할머니가 ‘우리는 평화로운 모임을 갖는 기독교인이며 어떤 법도 어기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세례식 참석자를 전원 전슝현 공안국으로 연행했다. 연행을 목격한 이들은 “성도들이 10여대가 넘는 경찰차와 특수 경찰 승합차로 걸어갈 때 경찰관들이 양쪽에서 성도들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막았다”며 “경찰은 이후 집회 장소를 파괴하고 영사기를 부수는 것은 물론, 성경 등 물품을 압수한 뒤 존차오 목사를 창사로 호송했다”고 진술했다.

폴리 대표는 “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은 쇠약하고 연로한 성도들을 한쪽 구석에 방치했다”며 “성도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수차례 요청을 한 후에야 겨우 물 한 잔과 빵 한 조각을 받았는데, 이는 나이 많은 성도들이 견디기에는 어려울 정도의 신체적 고통”이라고 설명했다.

진술을 마친 노년의 성도들이 풀려난 것은 자정 무렵인 것으로 나타났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심문의 주된 초점은 두 가지였다. ‘누가 그 집회에 대해 알려줬는지’와 ‘누가 현장에서 설교하고 세례를 베풀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한편 존차오 목사를 현장으로 초청한 창하오 전도사는 불법 종교 집회 주최 혐의로 구류 12일을 선고받았으며 존차오 목사는 진술을 마친 후 성도들과 함께 풀려났다.

존차오 목사 또한 핍박의 대상이다. 그는 과거 ‘다른 사람들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도록 조직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2018년 3월 중국과 미얀마 국경의 빈곤 지역에서 학교를 설립하고 말씀을 선포하며 2000여명 현지 학생에게 혜택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24년 3월에 석방됐다.

중국은 국제오픈도어선교회의 연간보고서인 ‘2024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월드와치리스트)’에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국기와 헌법, 공산주의와 중국 전통문화를 찬양하는 내용의 찬송가를 발간하고 성경의 내용을 새로 쓰는 등 ‘중국화되지 않은 종교’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기독교 가정교회 또한 지속적인 핍박을 받고 있다.

존차오 목사와 창하오 전도사. VOMK 제공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