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만나는 그날까지” 인공지능으로 그린 납북 선교사들의 미소

입력 2024-11-06 16:15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서 납북된 한인 선교사들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6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 미디어 화면에는 다소 익숙한 이름들이 흘러나왔다. 북한에 억류된 한인 선교사들의 이름이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에 붙잡혀 기자회견을 하는 마지막 모습이 잇따라 나왔다. 무거운 분위기로 끝날 줄 알았던 영상은 한 문구가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들이 대한민국으로 송환됐을 때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재연했습니다.”

같은 기자회견 자리였지만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개했다. 그러면서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을 그 날까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그 날까지 우리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20초 분량의 영상은 마무리됐다.

이번 영상은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기획됐다. 이산가족 3세대인 권세훈 비바홀딩스 크리에티브 디렉터가 재능 기부한 결과물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는 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제4차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가 개최된다”며 “영상을 통해 납북된 우리 국민을 송환하는 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제 사회와 연대해 납북자 송환에 대한 북한의 소극적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UPR은 유엔 회원국 193개 나라가 4년 6개월마다 서로의 인권 상황과 권고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다.

왼쪽부터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모습. 국민일보 DB

올해는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자 김정욱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4000일을 넘긴 해다. 현재 북한에는 선교사 3명을 포함해 우리 국민 6명이 강제 억류돼 있다. 이들의 행방이나 생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인 억류자들이 모두 석방 조처된 것과 대조적이다.

김정욱 선교사는 2007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탈북민 구출에 앞장섰다. 2013년 10월 체포된 그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지하교회 설립 등 범죄 혐의를 자백하도록 강요받았고 국가 전복 음모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김국기 선교사는 2003년 꽃제비와 탈북민들을 위한 탈북자 쉼터를 운영하면서 농기계와 생필품 등을 북한 주민에게 지원했다. 그는 2014년 10월 북한 공작원에게 체포됐다. 최춘길 선교사는 탈북민 지원 사역을 펼치다 같은 해 12월 북한의 유인으로 실종되면서 납북된 것으로 파악된다.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씨는 “아버지가 웃는 모습을 보니까 당장이라도 옆에 계실 것만 같은 느낌이 들면서 더 그립고 보고 싶다.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교사들의 미소가 담긴 영상은 한 달간 통일부 홈페이지를 비롯해 서울 시내 옥외 전광판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