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광교회(이상대 목사)는 2009년 새 성전을 건축하면서 70억원 넘는 빚을 떠안게 됐다. 원리금 상환과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을 땐 1년에 2억5000만원에 달했다. 교회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도들의 헌신 덕분에 2021년 빚을 다 갚을 수 있었고 이 과정을 성도들과 함께한 이상대 목사는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교회의 뿌리인 장기근속 성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힐링 여행’ 프로젝트다. 6일 서광교회에서 마난 이 목사는 “목회자든 성도든 수십 년 동안 한 교회를 섬긴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힐링 여행 프로젝트의 역사를 자세히 들려줬다.
장기근속 성도들, 그들이 곧 교회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려면 우선 서광교회가 2002년부터 벌인 행사인 ‘서광교회 경사났네’부터 소개해야 한다. ‘서광교회 경사났네’는 성도들의 결속력을 다지고 교회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 교회만의 잔치인데, 행사를 시작할 당시 이 목사는 성도들에게 이런 약속을 했다고 한다. 교회 등록 20년차가 된 성도들은 훗날 성지순례를 보내주겠다고.
하지만 교회 건축에 힘을 쏟느라 여력이 없었다. 시간만 흘러갔다. 이 목사는 결국 강대상에서 성도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 성전을 건축하느라 짊어졌던 빚을 다 갚자 이 목사는 과거 자신이 했던 약속을 다시 떠올렸고 성도들에게 ‘여행 선물’을 선사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2022년부터 시작된 힐링 여행 프로젝트는 크게 4단계로 구성돼 있다. 10년차 성도에겐 1박 2일간 충북 제천으로 떠날 기회를 제공한다. 20년차와 30년차 성도는 각각 2박 3일간 제주도 여행, 3박 4일 동안 일본 여행을 할 수 있다. 40년차 성도는 이스라엘 성지순례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 이런 방식 덕분에 지난 2년간 교회 덕분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성도는 250명이 넘는다. 이 목사는 “성도들 여행을 보내주는 데 드는 비용이 매년 1억원이 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목자(목회자)와 양(성도) 중에서 누가 더 선한 존재일가요? 답은 뻔합니다. 바로 양이죠. 양들은 그저 묵묵히 목자를 따를 뿐이니까요. 그러니 목자들은 항상 자신을 믿고 따르는 양들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50년차가 되면 어디로 여행을 보내주냐고 묻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답하곤 해요. 50년차가 되면 갈 수 있는 곳은 바로 천국이라고(웃음).”
서광교회 성도들의 유쾌한 신앙생활
서광교회 홈페이지에 적힌 교회 모토 중 하나는 이것이다. 유쾌하게 신앙생활 하는 교회. 실제로 이 교회에는 성도들이 교회에서 신나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색 프로그램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서광 힐링하우스’다. 교회는 제주도와 강원도 속초,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각각 성도들을 위한 숙소를 만들어놓았다.
‘서광 힐링하우스’를 향한 성도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역시 저렴한 비용. 제주도와 속초의 힐링하우스 사용 비용은 각각 1박에 1만원, 무려 3층 규모인 코타키나발루 숙소의 숙박료는 겨우 5만원이다. 성수기에는 희망자가 몰리는 탓에 유튜브로 추첨 과정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이 목사는 “목회자들이 대형교회의 꿈만 좇으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며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은 당연히 성도들이며 목사는 그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이 목사로부터 받은 사진들에는 지난 9월 22~24일 20년차 성도들이 교회의 지원 덕분에 떠났던 제주도 힐링 여행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당시 이 목사는 성도들 몰래 제주도에 내려가 이른바 ‘커피차 이벤트’를 벌였는데 사진을 보니 그가 빌린 커피차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신이 서광교회의 영웅입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