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의 ‘블랙 하객룩’이 던진 질문 [여러분 생각은]

입력 2024-11-06 00:05
지난달 28일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캡처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최근 한 결혼식에 입고 간 ‘하객룩’이 국내외 K팝 팬들에게 주목받으며 한국식 하객 패션이 화제가 됐다. 어두운 계열 정장을 입는 게 신랑 신부를 돋보이게 해주는 ‘하객 매너’라는 의견과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밝고 화려한 의상을 입는 게 자연스럽다는 의견이 엇갈리며 적절한 하객룩이 무엇인지가 도마에 올랐다.

제니는 지난달 28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며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반소매 니트를 매치하고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손에 든 하얀색 가방과 어두운 구두까지 전체적으로 깔끔한 ‘블랙 앤 화이트(black and white·검은색과 흰색)’ 패션을 완성했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사랑을 받는 패션 아이콘이기도 한 제니의 하객룩은 단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반응은 양쪽으로 엇갈렸다. 그의 세련된 감각을 칭찬하는 반면 다소 경직돼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제니 모습과 함께 공개된 결혼식 단체 사진 속 하객들의 대부분이 검은색 의상을 입은 것을 놓고 결혼식이 아닌 장례식장 같다는 일부 해외 팬들의 반응이 나왔다. 출근하는 직장인 같다거나 한국 결혼 문화가 특이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문화 차이일 뿐” VS “옷도 눈치싸움”

제니가 참석한 결혼식의 단체 사진. SNS 캡처

해외 K팝 팬들의 반응을 전한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한국 누리꾼들의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제니의 ‘하객룩’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국 결혼식 문화에 맞는 어두운 색상의 의상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패션 센스’까지 갖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특히 한국 결혼식 문화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국에선 하객인 자신이 돋보이기보다 신랑과 신부를 배려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이나 지인 단위로 참석하는 해외 결혼식과 달리 한국에서는 직장 상사나 동료, 업무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의 결혼식에 격식을 갖춰 참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경직된 느낌의 의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신랑·신부는 서양의 예식 복장인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으면서 하객만 한국식 예의를 지켜야 하는 등 한국의 결혼 문화가 과하게 격식을 따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객룩 논쟁이야말로 ‘눈치 보기’가 심한 한국 문화의 단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는 주장도 있었다. 조금 튀거나 화려한 옷을 입었다가 ‘민폐 하객룩’ 비판을 받는 등 상대의 의상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며 낙인찍기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 하객들의 의상이 점점 더 보수적으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우 이다인의 결혼식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엄마 견미리와 언니 이유비. SNS 캡처

실제로 연예인들이 가족이나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하객룩으로 대중의 구설에 오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배우 이유비와 가수 하니가 각각 동생과 지인의 결혼식에서 화려한 색상 등의 옷을 이유로 ‘민폐 하객’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이유비는 한 방송을 통해 “동생이 직접 골라준 옷”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중국·일본인에게 물어보니…“어색하지만 문화 차이”

외국인들은 실제 어떻게 느낄까.

5일 미국인 2명, 중국인 2명, 일본인 1명에게 논란이 된 결혼식 단체 사진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 모두 “어색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문화 차이로 보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인이더라도 문화권에 따라 느끼는 정도는 달랐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계 국가 사람의 경우 이 사진에 대해 좀 더 친숙해했다. 중국 국적의 심가예(25)씨는 “한국의 문화가 신기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격식을 갖춘 차림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의 경우 이른바 ‘올블랙’ 의상은 장례식을 연상시켜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은 ‘드레스코드(dress code·복장 규정)’를 따로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으로 호주에서 거주 중인 한 여성은 “중국에서는 남성도 검은색 정장을 고집하기보다 흰색, 회색 등 다양한 색상의 정장을 입는다”고 했다.

일본의 야마모토 유나(24)씨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흰색 드레스는 입으면 안 되고 화려한 액세서리나 짧은 치마도 금기시 된다”며 “신부를 돋보이게 해주기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해당 사진에 대해 “한국 문화이고 통일된 느낌도 좋지만 조금 어두워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픽사베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투반(Tuvan·32)씨는 “문화 차이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미국의 결혼식에서는 테마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있는 게 대부분이고, 화려한 복장이 자연스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인 베다(Veda)씨도 “미국 역시 신부를 배려하는 문화가 있는 것은 똑같다”면서도 “그러나 하객 전부가 검은색 의상을 입는 건 흔치 않다. 여성 하객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또 “색상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가을에는 짙은 오렌지색이나 초록색, 봄에는 노란색이나 하늘색 등 다양한 색상의 의상을 입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축하하는 파티 분위기지만, 한국에서의 결혼식은 짧은 시간에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이런 점이 반영된 문화 차이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박상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