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우리가 성경을 보면서 그 말씀이 우리 삶에서 정확하게 연결되어 그 본문이 결국 내 이야기가 될 때 말씀이 기록된 목적을 깨닫고 놀라게 됩니다. 누가복음 23장 34절에 보면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하나이다”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섬에 오기 전에 이 말씀을 알고 있었지만 섬사람들을 전도하면서 가끔 그들의 돌변함을 보면서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이 골수를 찌를 때가 있습니다. 목사를 모르고 교회를 모르고 십자가도 모르며 대대로 복음을 들어 본 적 없는 어부들은 몰라서 화를 내고 반항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미신을 믿고 살았고 거기에 더해 악한 마귀는 그들을 속였고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에 당신들이 생각하고 믿는 것이 틀렸다고 말하면 곧바로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갈릴리 어부들을 사랑으로 품어 참된 제자가 되도록 하시고 그들이 초대 교회를 세우도록 하셨던 주님처럼 저 역시 섬 목회를 통해 거칠고 투박한 어부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용기를 얻습니다.
처음 섬에 올 때는 어부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지난 5년을 뒤돌아보면 제가 어부를 도운 것이 아니라 어부들이 저를 도왔고 제가 그들에게 사랑을 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이 저를 더 사랑했음을 고백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교회 문 앞에 팔뚝보다 더 큰 농어 우럭 참돔이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고 어느 날은 살아 움직이는 큰 문어가 망 자루에 담겨 있었는데 사모님이 무서워 할까 봐 깨끗이 손질을 해서 갖다 놓고 갔습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교인 아니었고 무조건 복음을 반대하던 어부들이었습니다.
과거 그들은 교회에 설치된 수도 계량기도 떼어내고 십자가에 불을 켜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변해 다른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마을에도 교회가 세워졌고 좋은 목사가 왔다고 자랑하며 다녔습니다. 그 덕분에 섬 목회를 감당하며 힘이 달려 지친 저희 부부에게 새 힘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2000년 전 갈릴리 바닷가에서 하루에 3000명을 전도한 제자들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이해가 된답니다.
광웅 어르신의 부인되시는 이옥래 할머니는 예쁜 강아지를 키우십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는 강아지의 이름은 핑크입니다. 옥래 할머니께서 교회 오시는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듯 핑크도 교회 오는 날을 알고 일요일과 수요일만 되면 앞장서 교회로 옵니다.
신기한 것은 옥래 할머니께서 한 달간 서울의 병원에 가시면 핑크 혼자 교회에 오는데 정확하게 일요일과 수요일에만 온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오전 10시30분에 와서 할머니 자리에 앉아 있다가 예배를 마치면 정확하게 알고 집으로 단숨에 달려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핑크를 보면서 “개보다 교회에 더 잘 다니자”고 농담을 합니다.
농어촌 목회가 다 그렇듯 저희 교회도 지난 5년간 기둥 역할을 하시던 어른 성도님 여섯 분이 노환으로 천국에 가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안 계셔서 아쉽지만 그분들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믿음을 지키셨고 두고 간 가족들이 십자가의 군병이 되어서 믿지 않는 어부들을 찾아가 전도에 앞장서시면서 성도들을 깨우고 계십니다.
누가 뭐라 해도 순박한 어부들을 전도하기에는 낙도 섬이 최고 좋은 황금 어장임이 틀림없습니다. 한 번 가서 안 되면 다시 가고, 그래도 안 되면 될 때까지 찾아가 예수님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사람의 모습으로 오셔서 갈릴리 바닷가에서 어부들을 사랑하셨고 그들에게 최고의 축복을 주셨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