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림픽 브레이킹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 ‘필 위자드’의 신앙고백…“금메달은 하나님 은혜”

입력 2024-11-05 15:33 수정 2024-11-05 16:36
'필 위자드' 필립 김 선수가 지난달 31일 서울 국민일보빌딩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제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자 선물입니다.”

올림픽 브레이킹 남자 초대 금메달리스트 ‘필 위자드’ 필립 김(27) 선수의 고백이다. 필립 김 선수는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교포 2세다. 최근 내한해 밝은 미소로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고 밝힌 필립 김 선수를 지난달 31일 서울 국민일보빌딩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브레이크 댄스’ ‘비보잉’ 등 이름으로 잘 알려진 브레이킹은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탄생한 스트릿댄스의 한 종류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레이킹의 스포츠적 가치에 주목하며 지난 7~8월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처음 올림픽 경기 종목으로 등극했다. 필립 김 선수는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보이 부문 결승에서 ‘대니 단’ 다니스 시빌(26·프랑스) 선수를 3-0으로 꺾고 올림픽 초대 브레이킹 금메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김병태 목사(가운데)와 아들인 필립 김(오른쪽 세 번째) 선수가 과거 교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김병태 목사 제공

김 선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교회에 다니며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했다”면서 “아버지의 교회는 작은 개척교회였지만, 목회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영향인지 나는 압박감이 심한 대회 등 어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늘 감사하는 마음과 밝고 긍정적인 태도를 갖출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케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브레이킹에 처음 빠져들게 된 계기도 아버지가 목회지를 토론토에서 밴쿠버로 옮기며 밴쿠버 시내에서 브레이킹 거리 공연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며 “다시 생각해보면 이를 포함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김 선수의 아버지인 김병태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소속 목회자로 1997년 캐나다에서 이민 목회를 시작했다. 김 목사는 최근 치매를 진단받은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필 위자드' 필립 김 선수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프랑스 파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병태 목사 제공

이날 김 선수와 함께 국민일보를 찾은 김병태 목사 역시 기쁨과 감사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올림픽 종목이 아니던 브레이킹이 파리올림픽에서 갑자기 경기 종목으로 등극한 것부터 필립이가 결승에서 프랑스 선수를 상대로 ‘개최국(홈) 어드밴티지’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까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여러 우연이 겹쳤다”며 “마치 하나님께서 필립이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게 하시려고 의도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던 김 선수는 다짐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브레이킹 선수로 활동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복음의 열매를 맺는 신앙인이 되길 기도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김병태(왼쪽) 목사와 아들인 '필 위자드' 필립 김 선수가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