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김동연 지사의 답변을 공개 요구했습니다. 요지는 하루 전날 행사를 일방적으로 왜 취소했냐는 것입니다.
5일 경기도청원에 따르면 신천지 측은 최근 ‘김동연 지사의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한 공개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청한다’는 취지의 청원 글을 수차례 게재했습니다. 이 중 한 게시물은 도지사 답변 요건인 1만명을 충족했습니다.
신천지 측은 청원에서 “신천지예수교회는 모든 절차를 적법하게 진행했는데, 하루 전 지사의 지시로 일방적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종교에 대한 반헌법적인 차별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국격을 심각하게 추락시키면서 국제적인 망신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왜 이런 글을 썼을까요. 앞선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신천지 측은 지난달 30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습니다. 지난 7월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라는 단체의 이름을 빌려 신청했고 사용 승인됐습니다. 하지만 집회는 안보 위협으로 인한 주민 안전 등의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신천지 측은 표면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내겁니다. 대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이 준비한 행사의 명칭은 ‘첫 열매와 함께하는 평화의 바람’으로 1부 ‘자유 평화 및 통일 염원 종교 지도자 포럼’과 2부 ‘시온기독교선교센터 11만 연합 수료식’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주민도 평화를
우리나라도 평화와 통일을 제일 우선가치로 둡니다. 헌법은 이렇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고요. 또 제35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평화롭지 못합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에 수천 명의 군 병력을 파병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습니다. 오물 풍선도 수개월째 계속 띄워 보내며 확성기 등으로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접경지역 주민이 울분하며 절규를 토하는 모습을 보셨는지요. 한 주민은 국감장에 잠시 인사차 들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앞에 무릎을 꿇으며 “잘하겠다고 해놓고 달라지는 게 없어서 너무 힘들다. 엄마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간절하다. 제발 도와달라”고 울먹였습니다. 또 다른 주민들은 “대남 확성기 방송에 바로 옆 사람과 대화도 힘들다” “밤에는 잠도 못 자서 낮에 피로감이 극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경기관광공사가 건넨 답변으로 돌아가 볼까요. 공사 측은 “최근 남북 간 긴장 관계 고조 등 안전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는 등 현재 남북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북한과의 초 접경지역인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3만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가 열리게 되면 안전관리상 심각한 우려가 있어 긴급히 취소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행사 내용에 대형 풍선과 드론 등을 띄우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북한을 자극할 요소가 다분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접경지 주민들은 평소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너희는 집에 가면 그만이지만, 여기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무슨 죄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긴급 지시로 신천지 측의 대관을 취소하며 건넨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란 말에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정말 평화를 원한다면, 진심으로 통일을 소망한다면 주민을 위한 배려심을 내세우지 않았을까요.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