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목회자의 서재 채우는 나눔책방 10년 맞다

입력 2024-11-05 13:51 수정 2024-11-05 15:18
나눔책방 이사장 김진홍(가운데) 수표교교회 목사와 연회 책방지기 목사들이 5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교회에서 열린 나눔책방 1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 케익의 초를 불어서 끄고 있다.

“매월 첫째 주가 되면 이번엔 어떤 책이 올까 설렙니다.” 유병용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서울남연회 감독은 교단 목회자들의 독서 공동체인 나눔책방(이사장 김진홍 목사)의 10년차 후원자다. 나눔책방은 교단의 개척교회 목사와 부목사, 후원자들에게 매달 양질의 책을 무료로 공급한다. 5일 국민일보와 만난 유 감독은 나눔책방이 감리교 목회자들에게 지식과 영적 설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온 특별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책방지기들이 매달 선별하는 도서를 볼 때마다 목회자들에게 꼭 맞는 책을 잘 고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러한 활동이 10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점에 감사를 표했다.

나눔책방은 2014년 약 20명의 목회자로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11개 연회에서 약 234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책방의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각 연회의 ‘책방지기’가 매달 도서 리스트를 공유하면 회원들이 원하는 도서를 신청해 받아볼 수 있다. 책 나눔에 필요한 재정은 44명의 후원자와 평신도 기관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지난 10년 동안 총 1828종, 9168권의 책이 목회자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실질적인 독서 지원을 제공해 왔다. 나눔책방의 설립자인 최효석 서울 무지개언약교회 목사는 “목회자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읽으면 교회와 성도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며 나눔책방의 지난 10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 10년 동안 목회자들은 어떤 책을 즐겨 찾았을까. 서울연회 책방지기로 9년간 활동해온 김정만 효창감리교회 목사는 “분야로는 설교학, 저자로는 팀 켈러의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목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에 대한 선호가 큰 것 같다”며 “팀 켈러의 책은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목회자들 사이에서 특히 많이 읽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서는 목회자들에게 다른 이의 사고를 접하며 사고의 유연성을 갖게 해준다”며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데 책은 최고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접하는 지식은 금방 휘발되지만 깊이 있는 독서는 설교와 목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지혜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나눔책방 관계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교회에서 열린 10주년 기념식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나눔책방의 1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5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교회에서 열렸다. 기념식은 나눔책방이 목회자들에게 끼친 영향과 앞으로의 비전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진홍 목사는 “복음이 문화와 결합될 때 그 힘이 커진다”며 “나눔책방이 감리교 목회자들에게 사회적 이슈와 신앙적 사명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도서를 제공해 왔다”고 평가했다.

최 목사는 “나눔책방이 연회 인준 기관을 넘어 총회 인준 기관이 된다면 세대를 잇는 독서 문화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은퇴하는 목회자들의 도서를 후배 목회자들에게 대물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감리교회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 허브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춘희 한국목회아카데미 연구소장은 이날 기념 강연에서 “책을 왜 읽느냐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며 ‘너희도 가서 이와같이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처럼 “지식을 실행에 옮기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효석 무지개언약교회 목사가 5일 서울 종로구 기감 본부교회에서 열린 내눔책방 10주년 기념식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