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논란된 알제리 女복서, 의료 보고서는 “생물학적 남성”

입력 2024-11-05 11:30

지난 8월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가 금메달을 딴 뒤 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 여자 복서 이마네 칼리프(25)가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의료 보고서가 유출됐다. 해당 보고서는 칼리프가 내부 고환과 XY염색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인디아,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 저널리스트 자파르 아이트 아우디아가 확보한 이 보고서에는 칼리프가 5-알파 환원효소 결핍증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5-알파 환원효소 결핍증은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외부 생식기의 외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남성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프랑스 파리의 크렘린 비세트르 병원과 알제리의 모하메드 라민 드바긴 병원 전문가들이 지난해 6월 작성한 것으로, 칼리프에게는 자궁이 없는 한편 내부 고환이 존재하고, XY염색체와 남성 수준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칼리프의 성별 논란은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부터 불거져 왔다. 그는 작년 세계복싱선수권 당시 생물학적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됐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징계를 받아 올림픽 복싱 종목을 주관할 수 없는 IBA 대신 파리 복싱 유닛(PBU)이라는 IOC 산하 별도 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칼리프의 출전을 허용했다.

IOC는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의 성별 기준은 여권에 표기된 내용”이라며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칼리프는 16강전에서 이탈리아의 안젤라 카리니를 상대로 46초 만에 기권승을 따냈고, 이후 8강전과 4강전 모두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얻었다.

결승전에서 승리한 칼리프는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다”고 밝혔으나 올림픽 이후로도 성별 분쟁은 계속됐다. 이에 칼리프는 자신의 성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유명 인사들을 프랑스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 대상에는 소셜미디어(SNS)에 그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이 포함됐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