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좋지 않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탈서울’이 이어지면서 올해 3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전 분기보다 상승해 3분기 연속 오름새를 기록했다. 대형 오피스를 임차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사옥에서 경기도 등으로 이전하면서 공실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알스퀘어가 발표한 ‘3분기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2.9%를 기록했다. 전분기(2.6%)보다 0.3% 포인트 상승해 서울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3분기 연속 증가했다.
오피스 공실률 상승은 대형 임차사들의 권역 간 사옥 이전이 활발히 이뤄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나 유통업계의 사옥 이전이 활발해 지면서다. 소비 침체 속에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신세계와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들이 줄줄이 본사 사옥을 옮겼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임대 비용이라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은 다음해 2월 서울 영등포구 KB영등포타워로 본사 사옥을 이전한다. 현재 SSG닷컴 본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에 위치해 있다. SSG닷컴은 지난 7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경영효율화 작업 중이다.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는 지난달 9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본사 사옥을 떠나 경기 광명시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해 ‘광명 신사옥 시대’를 시작했다. 서울역 인근에 비해 광명역 인근은 임차료가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11번가의 경우 비용절감은 필수적이다. 11번가도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그룹 가전양판점 계열사 롯데하이마트도 본사 사옥 이전을 계획 중이다. 현재 본사는 강남구 대치동에 있다. 현재 강남구와 송파구에 근거지를 둔 쿠팡 역시 광진구에 신규 공급 예정인 이스트폴리스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옥 이전에 대해 “3~4년 전만 해도 개발자들을 스카웃하기 위해 IT기업 등 테크기업이 몰려있는 강남이나 판교 등 지역에 이커머스 기업들이 몰렸다”며 “개발자들이 확보되고 또 코로나 이후 IT 기업들도 구조조정을 하고, 유통업계도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등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탈강남’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률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은 광화문과 시청 권역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도심권역의 3분기 오피스 공실률은 3.1%로 전 분기 대비 0.5%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대기업이 임차해 있던 초대형 빌딩의 공실률은 0.7%p 상승한 2.5%로, 서울 주요 권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컨설팅 실장은 “경영효율화를 목적으로 본사 이전을 계획하는 임차사들의 임대 전략 변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가현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