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이 되는 2025년은 그리스정교회와 로마가톨릭·개신교의 부활절이 같아지는 뜻깊은 해가 될 전망이다. 사용하는 역법의 차이로 정교회와 가톨릭·개신교의 부활절이 해마다 달라지는데 내년 부활절은 4월 20일로 같다. 전 세계 교회가 한 날,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함께 기념하게 된 셈이다.
마침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부활절 날짜가 같아지면서 차제에 부활절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논의도 세계교회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나의 부활절 가능할까
“우리(개신교) 예수님은 이번 주에 오시는데 너희(정교회) 예수님은 언제 오시냐?”
세계 교회사에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로 역법에 따른 부활주일의 상이함 때문에 나온 우스갯 소리다.
단일한 부활절을 지키자는 바람은 세계의 다양한 전통을 가진 교회들의 오랜 바람이었다.
바르톨로메오 정교회 세계총대주교는 지난 9월 튀르키예에서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맞는 2025년 같은 날 부활절을 기념하게 된 건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앞으로 하나의 부활절을 지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일치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르톨로메오 세계총대주교는 “하나의 부활절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면서 “사실 한 분 주님의 하나의 부활 사건을 따로 기념하는 건 스캔들”이라고 꼬집었다.
정교회는 이미 가톨릭교회와 부활절 날짜 안건을 두고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9년 바르톨로메오 세계총대주교가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을 허락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러시아정교회가 세계총대주교청과 관계를 단절한 일이 있어 정교회 안에서도 합의된 안을 마련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개신교회들도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 기념 행사를 마련한다.
세계교회협의회는 내년 10월 24일부터 닷새 동안 이집트 와디 엘 나트론 파팔 로고스 센터에서 ‘가시적 일치의 현주소는’을 주제로 ‘세계 신앙과 직제 위원회’를 연다.
각각 다른 ‘부활주일’ 종종 만난다
부활 절기를 확정한 건 325년 니케아공의회에서였다.
교회사의 첫 공의회로 기록된 니케아공의회에선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난 직후 주일을 부활주일로 정했다. 또한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참회와 금욕생활도 하기로 했는데 이게 지금의 사순절로 굳어졌다.
정교회 부활주일이 여타 교회들과 다른 건 달력이 달라서다. 정교회는 지금은 사라진 ‘율리우스력’을 사용한다. 개신교를 비롯한 다른 기독교 전통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선포한 ‘그레고리력’을 쓴다.
정교회가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지 않은 건 1054년 동서교회 분열의 앙금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활주일을 비롯해 모든 교회 절기가 다르다. 다만 부활주일을 정하는 기준이 춘분에 달렸기 때문에 내년처럼 종종 세계 기독교의 부활절이 같은 날 만나는 것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