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선교 현장 삼킨 ‘80년 만의 대홍수’… 자발적 모금과 자원봉사로 재기의 몸부림

입력 2024-11-04 15:03 수정 2024-11-04 15:20
김택곤 선교사가 지난달 24일 태국 치앙마이 율로기아 비전센터에서 수해 복구를 돕기 위해 찾아온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선교단체 일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 선교사 제공

80년 만에 태국을 강타한 대홍수를 겪은 선교 현장에서 한인 선교사들과 기독교 단체들이 자발적인 모금과 자원봉사에 나서며 피해 복구에 힘을 모으고 있다.

태국은 지난 8월 중순부터 두 달간 이어진 폭우로 인해 전역 15개 주에서 약 25만 가구가 손해를 입었으며, 현지 선교사들과 지역사회 또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한인 선교사들의 자발적 모금과 현지 기독교 단체의 헌신적인 지원이 더해지며 복구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북부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지역의 선교사들은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지역 교회와 선교단체의 도움으로 긴급한 상황을 일단락했지만 여전히 기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광식 선교사가 거주하는 태국 치앙마이 무반 근처에 위치한 중국계 방주교회가 지난 9월 물에 잠겨있는 모습. 유 선교사 제공

태국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의 윤석원(54) 사무총장은 “치앙라이의 지역교회, 기숙사, 선교센터 등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보았고, 수많은 가옥이 파손되고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산사태가 발생한 도이램 마을에서는 한 교회 운영위원이 부인과 어린 자녀 셋을 두고 2차 산사태로 인해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건도 발생했다”며 “실의에 빠진 주민과 교회 성도들을 위로하고 수해복구를 위해 많은 기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24년째 사역 중인 김택곤(62) 선교사도 이번 홍수로 선교센터와 학교, 고아원이 큰 피해를 입었다. 센터 전체가 오물과 흙탕물로 뒤덮였고, 치앙마이 시내의 여러 지역 교회들도 150cm 이상의 물에 잠기며 주일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치앙마이 무반에서 사역하는 유광식(57) 선교사도 “교회 근처 콕강이 범람하면서 시내 3분의 2가 침수되고 단전되며 한동안 고립 상태에 있었다”며 “현재는 복구가 90% 정도 진행됐지만, 일부 시설과 도로는 여전히 파손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되는 선교 사역과 현지인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를 요청했다.

태국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지난달 19일 침수된 태국 치앙마이 율로기아 비전센터에서 수해 복구를 돕고 있다. 김 선교사 제공

이러한 가운데 태국 기독교 단체와 한인 선교사들은 헌금과 자원봉사로 협력하며 지역사회를 돕고 있다. 태국주재 한인선교사회 북부지회는 소속 선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자금을 통해 피해를 입은 선교사들과 지역사회를 지원했다. 단체는 “총 131,500바트(한화로 약 493만원)를 모금해 18가정에 피해 규모에 따라 차등으로 지원했다”며 “피해를 본 선교사들에게 조금이라도 힘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조속히 복구가 이뤄져 다시 사역에 매진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가 사역 중인 율로기아비전센터 역시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덕분에 빠르게 복구돼 유아원과 학교가 어느 정도 정상화됐다. 그는 “이번 재난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을 체험한 사역자들이 새로운 결단을 하고 있다”며 태국 교회의 부흥과 회복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또한, 태국 선교 200주년을 향한 ‘1.1.1 운동(100만 성도, 10만 사역자, 1만 교회 목표)’을 소개하며 “이번 재난을 통해 태국 교회와 성도들이 더욱 굳건한 믿음을 다지고 교회와 지역사회를 일으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이 태국 치앙라이의 타킬렉 지역에서 지난 9월 21일 홍수피해 복구 및 구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윤 선교사 제공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