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를 위해 유럽을 순방하며 반도체 장비 납품 3조원 세일즈, 인력 양성 교류 등을 성사시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방문지마다 영어·독일어본으로 준비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선물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 지사는 1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동행 기자단 인터뷰에서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뽐내고 싶었다”며 “‘(방문 대상자)여러분이 한국을 반도체나 산업강국으로만 알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도 강한 나라다’라고 K-문학을 알리고 싶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는 김 지사의 오랜 경험과 연륜에서 나온 소통 능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나는 사람’을 ‘우리’로 끌어들이는 공감 도구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김 지사는 이번 순방의 핵심으로 반도체와 오스트리아·네덜란드와의 협력을 꼽으며 “3조원의 도내 기업 물품 조달 계획, 반도체 인력양성 같은 성과를 만드는 것을 넘어 서로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중심에는 김 지사의 ‘만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해외 나와서 만나면 굉장히 가까워진다. 이번에 만났던 오스트리아 장관, 네덜란드 주지사, ASM과 ASML CEO 전부 그런 신뢰나 우정이 생기는 것 같다”면서 “거창하게 대접받는 것보다 기탄없이 토론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식견과 비전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그 사람들로 하여금 더 신뢰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자연스레 자신만의 소통 노하우를 꺼냈다.
그는 “만나는 사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거기에 맞추면 대화하기 좋은 주제가 나온다”며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노동경제부 장관을 만났을 땐 경기도에는 경기필하모닉이 있는데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케스트라다. 경기필의 올해 첫 공연곡이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와 도민이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예술,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고 ‘리스펙트(respect)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지사는 이번 순방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미래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한민국 반도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산업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투자 몇 조’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반도체 산업의 장래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세계 반도체 시장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갈지, 서로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갈 파트너로서 그 위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삼성, 하이닉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비전과 활로가 깔려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