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유경 회장의 승진으로 향후 이뤄질 유통가 대기업 정기 임원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신상필벌’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인사를 단행한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30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을 ㈜신세계 회장으로 내정하며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업계는 조만간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 선언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정교선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내정했다. 다만 신세계그룹과는 달리 정교선 현대홈쇼핑 회장은 현대백화점 부회장을 겸임하며 형 정지선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현대백화점 측은 밝혔다.
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의 정기 인사를 시작으로 유통가 임원 인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그룹의 경우 실적 고전 중인 일부 계열사들 대표 교체가 단행됐다.
신세계그룹에서는 ‘통합 이마트’ 전략을 추진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실적 부진을 겪던 신세계푸드, 신세계 L&B의 송현석 대표가 물러나고 각각 새 대표가 선임됐다.
신세계푸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 겸 재무담당, L&B에는 외부영입인 마기환 나라셀라 영업마케팅총괄 전무가 대표를 맡게 됐다.
현대백화점에서는 더현대 서울 출점을 주도하고 부산에 커넥트현대를 오픈한 김창섭 영업본부장을 비롯해 3명의 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수익성 제고 과제에 놓였던 현대면세점, 현대L&C, 지누스, 현대이지웰 4개 계열사 대표도 모두 교체됐다.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롯데그룹의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만큼 인적 쇄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경우 빠르면 11월 말쯤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인사 관전 포인트는 롯데 오너가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승진 여부다. 신 전무는 지난 2022년 한국 롯데케미칼 상무로 승진한 뒤 이듬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 6월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CJ그룹의 경우 2024년 정기 인사가 해를 넘겨 지난 2월에 단행됐지만, 올해는 연내에 실시할 전망이다. 올해 수시 인사를 단행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월 임원 인사 당시 CJ제일제당 강신호‧대한통운 신영수 신임 대표로 교체됐다.
전반적 업황 부진에도 CJ제일제당과 대한통운, CJ올리브영 등은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매출 5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의 유임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승진 및 역할 확대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이경후 실장은 2022년 1월, 이선호 실장은 지난 2월 임원 승진해 현 자리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