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별은 내가 정해”…독일 ‘성별자기결정법’ 시행

입력 2024-11-03 12:05
여성의 성 기반 권리를 지지하는 '렛 우먼 스피크(Let Women Speak)' 운동의 회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성별 자기결정법'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에서 자기 성별을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바꿔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발효됐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성별을 정할 수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시민은 지난 1일 발효한 성별 자기결정법에 따라 관할 등기소에 법적 성별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시민이라면 누구나 관할 등기소에 간단한 신청서를 제출해 성별과 성명을 바꿀 수 있다. 독일은 스스로 성별 결정을 할 수 있는 17번째 나라가 됐다.

독일 정부는 법률 시행 3개월 전부터 성별변경 신청을 받았다. 미리 접수된 성별변경 신청이 지난 8월 한 달에만 1만5000건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성급한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숙려기간을 두고 법 시행 3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았다.

독일 정부는 지난 4월 의사의 심리감정과 법원 결정문을 요구하는 기존 성전환법이 동성애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새 법에 따라 성별 변경 과정에서 의학적 진단서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스벤 레만 연방정부 동성애자 담당관은 “동성애자들이 이 법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사전 신청 건수가 보여준다”며 “마침내 트랜스젠더를 병리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국가 그룹에 합류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중요한 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별자기결정법이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여성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츠 선수 성별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림 알살렘 유엔 특별보고관은 독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성범죄자와 폭력 가해자의 남용을 막을 장치가 없다”며 “교도소나 탈의실, 화장실 등 성별이 분리된 공간에서 폭력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