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자기 성별을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바꿔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발효됐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과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는 성별을 정할 수 있다.
3일(현지시간)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시민은 지난 1일 발효한 성별 자기결정법에 따라 관할 등기소에 법적 성별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독일 시민이라면 누구나 관할 등기소에 간단한 신청서를 제출해 성별과 성명을 바꿀 수 있다. 독일은 스스로 성별 결정을 할 수 있는 17번째 나라가 됐다.
독일 정부는 법률 시행 3개월 전부터 성별변경 신청을 받았다. 미리 접수된 성별변경 신청이 지난 8월 한 달에만 1만5000건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성급한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숙려기간을 두고 법 시행 3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았다.
독일 정부는 지난 4월 의사의 심리감정과 법원 결정문을 요구하는 기존 성전환법이 동성애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새 법에 따라 성별 변경 과정에서 의학적 진단서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스벤 레만 연방정부 동성애자 담당관은 “동성애자들이 이 법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사전 신청 건수가 보여준다”며 “마침내 트랜스젠더를 병리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국가 그룹에 합류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중요한 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별자기결정법이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여성과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츠 선수 성별 논란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림 알살렘 유엔 특별보고관은 독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성범죄자와 폭력 가해자의 남용을 막을 장치가 없다”며 “교도소나 탈의실, 화장실 등 성별이 분리된 공간에서 폭력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