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한하여 한국교회는 ‘얼리 어댑터’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기술을 목회 현장에 빨리 도입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불과 2~3년 전, 부교역자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이었습니까. 메타버스 주일학교를 해보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메타버스 활용하는 교회 얼마나 있습니까. 메타버스 업체들만 돈 벌다 끝나지 않았습니까?”
손화철 한동대 교수는 2일 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 정기학술대회에서 “무턱대고 유행에 적응하려고만 하는 태도는 교회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와 관찰하기’ ‘검증하기’ ‘선도하기 공생하기’를 교회의 과제로 제시했다. 각각 “선순환을 확인한 뒤 기술을 도입하자” “교회·교단의 입장을 정리해 기술 사용의 목적과 한계를 정하자” “AI가 기독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순서가 아닌, 기독교가 AI의 미래를 결정하는 해석자가 돼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이날 서울 강남구 한우리교회(윤창용 목사)에 모인 신학자 200여명은 AI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이날 공식 채택하기로 예정됐던 ‘AI 활용에 관한 신학자 성명서’는 토론 끝에 합의가 지연됐다. 참석자들은 “한국기독교학회 소속 개별 신학회 임원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들도 성명서를 확인한 뒤 성명서를 채택하자” “본문에 성경 구절을 인용할 땐 개역개정 구절로 통일해야 한다”는 등의 이견을 보였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가 고안한 개조식 성명서엔 ‘활용방향’ ‘저작권’ ‘교회역할’ 등 한국교회의 AI 활용을 둘러싼 12가지 기본 원칙이 포함됐다. 김 교수는 성명서를 통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지혜의 산물로 바르게 사용된다면 AI는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잘못된 방향으로 오용될 수 있는 위험 또한 크다”고 전제했다. 이어 “AI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선에서, 공의와 사랑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 원칙을 따라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학회는 2주 이내 성명서를 보완·공유할 계획이다. 학회 총무인 김성원 서울신대 교수는 “이달 중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확정된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