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발렌시아 등 남동부 지역에 지난달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0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뒤늦은 정부의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일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약 12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경보를 적색으로 격상한 시각은 29일 오전 7시 36분인데 주민들에게 첫 안전문자가 간 시각은 같은 날 오후 8시12분이었다는 것이다.
발렌시아의 한 주민은 “8시쯤 한 시간 동안 목까지 물에 잠겨 진흙을 삼키고 있을 때 경보 소리를 들었다”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현지 언론에 전했다. 오후 8시12분에 전송된 첫 문자는 “어떠한 종류의 이동도 피하라”는 간단하고 모호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 도시 환경정의·지속가능성 연구소 이사벨 앙겔로브스키는 소장은 “홍수가 거세고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발송한 문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르헤 알시나 알리칸태대 기후관측소장은 “사업장을 폐쇄하라고 권고하거나, 대피소에 가야할 주민들을 특정하는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같은 정보가 담긴 신속한 문자는 엄청난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짚었다.
WP는 “적색경보 발령 뒤 당국자들이 문자를 전송하기까지 왜 12시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홍수 사례는 사람들이 이전에 경험한 것보다 더 극심한 날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새벽부터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서 8시간 동안 1㎡당 491ℓ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이 지역의 통상 1년치 강수량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고타 프리아’(gota fria·차가운 물방울)라고 불리는 기후 현상이 지구 온난화로 증폭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시기에 이베리아반도의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해 지중해 공기의 온습도가 예전보다 더 높아지면서 더 강력한 비를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