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로 만든다고?… ‘200만 라쿤’에 고민 빠진 독일

입력 2024-11-02 16:00
경기도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에서 보양식 먹는 라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뉴시스

독일에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 라쿤이 고민거리인 가운데 라쿤 고기로 만든 소시지가 개발, 판매되면서 논란이 인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현재 독일에는 약 200만 마리의 라쿤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NN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약 90㎞ 떨어진 카데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미카엘 라이스는 라쿤 고기를 이용한 소시지와 살라미 등을 판매하고 있다.

라이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친환경 국제식품박람회에 내놓을 제품을 고민하다가 라쿤 소시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쿤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사냥이 허용되면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라쿤이 많은 것을 보고 지역 공무원에게 이를 가공하여 식량으로 만들어도 되는지 문의했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은 라이스는 라쿤 고기로 만든 ‘미트볼’을 만들어 박람회에 출품해 주목을 받았다. 라이스는 현재 소시지와 살라미 등 7종의 라쿤 고기 제품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그는 “유럽에서 라쿤 고기를 판매하는 곳은 자신뿐”이라면서 오직 라쿤 소시지를 맛보기 위해 150㎞를 운전해 오는 사람도 있다고 자랑했다. 라쿤 고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을뿐더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라쿤 고기로 만든 가공식품을 좋아했다는 게 라이스의 주장이다. 그는 라쿤 소시지가 이 지역 방문객에게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라이스는 라쿤 고기의 맛은 다른 육류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약간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어 모르고 먹는다면 다른 종류의 소시지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야생 라쿤 무리. AP연합뉴스

독일 자연보호연맹(NABU)에 따르면 라쿤은 1920년대 모피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독일에 처음으로 들어왔으며, 1934년에는 처음으로 야생 방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적응력이 뛰어난 라쿤이 도시와 숲 등에서 빠르게 번식하고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독일 내 생물 다양성, 특히 이들의 먹이가 되는 파충류와 양서류가 위협받기 시작했다. 이에 현재 독일의 거의 모든 주가 라쿤 사냥을 허용하고 있지만 라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NABU는 무분별한 라쿤 사냥이 생태계 보존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NABU는 멸종 위기에 처한 파충류와 양서류 종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하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 라쿤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