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MZ세대에 체험적 영성·안전한 공동체 제공해야”

입력 2024-11-01 18:17 수정 2024-11-01 20:09
MZ세대가 X세대와의 차이를 느끼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국민일보 DB

통합적 영성 활동과 안전한 공동체가 MZ세대의 영성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이 지난달 8일부터 줌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4주간 진행한 ‘MZ세대의 영성 형성’ 강의에서다.

강사로 선 원주연세의료원 원목 실장 이주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MZ세대 신앙은 개인의 삶에 적용 가능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교수는 MZ세대가 영성 형성을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와 소통을 추구한다고 봤다. 그는 “기존의 교회가 초월적 하나님을 강조해왔다”면서 “이제는 이 땅에 존재하시는 하나님, 임마누엘(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근대 종교로서 기독교가 한계를 마주했다고 평가했다. 개신교는 근대성을 토대로 발현된 종교다. 이 교수는 “근대는 이분법적 사고가 전제돼 있으므로 개신교 안에도 근대의 특징이 녹아있다”며 “삶과 신앙, 교회와 세상, 목사와 평신도 등 근대 이분법적 구분이 현대에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근대와 같은 방법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있을 때 다음세대는 교회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던을 사는 MZ세대는 통합과 일치, 하나 됨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성으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가나안 성도들은 종교적인 교리보다는 사회적 쟁점, 공공선과의 연결성을 지향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리만으로 신앙이 생길 수 있는 근대적 방법으로는 MZ세대의 영성을 형성하기는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교리를 넘어 전인적이고 통합적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제시한 영성 훈련은 개별 성도가 갖는 삶의 주관성과 연결됐다. 그는 “흔히 묵상, 자세히 말하면 관상(觀想)을 통해 영적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시를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침묵하거나 방법과 도구는 다양하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은 하나님을 여러 표상과 이미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세대별로 갖는 특징을 이해하고 MZ세대를 알아야 기독교 내 가나안 성도가 증가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며 “다음세대가 한국교회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 필요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진 트웬지(Jean Twenge) 교수가 제시한 세대론을 설명했다.

트웬지 교수가 제시한 밀레니얼(M·1981년~1994년 출생)세대의 중요한 특징은 ‘나 우선주의’, 탈종교, 성인 우울증 증가 등이 있다. 한편 Z(1995년~2012년 출생)세대는 성정체성 혼란, 불만과 우울, 늦은 독립 등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에 의한 미국 MZ세대의 통계지만 이 교수는 “MZ세대는 디지털 누리소통망(SNS)으로 정보를 접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국가 문화 언어 성별을 초월해 전세계에서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MZ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공동체”라며 “개인주의와 공동체성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우울감과 늦은 독립 등에 보여지는 특성은 공동체에 대한 갈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공동체 관계 속에서 바라는 것은 ‘진정성’”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들에게 건강한 공동체와 영성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