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무국적 한인입양인들...“시민권법 통과 위해 함께 기도해주세요”

입력 2024-11-01 16:28
KAGC가 한인교포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대학생리더십컨퍼런스'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되고 있다. KAGC 제공

“미국 입양 가정으로부터 파양된 해외 입양자들은 약 4만 명에 달하고 그중 절반 이상이 우리 한인들입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60)는 1일 국민일보와의 줌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며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됐지만, 시민권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한인 입양자들의 사례가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입양 시스템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전쟁고아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제공하려는 선한 의도로 시작됐지만, 시스템의 허점과 부주의로 인해 많은 입양인이 두 번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한 아이를 입양 가정에 연결하는 데 최소 10개월이 걸리자 한국의 홀트아동복지회와 미국의 입양 정책은 선입양 후조치로 바뀌었다”며 “이로 인해 양육 환경 검증 없이 입양된 아이들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방치되거나 파양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깊은 상처를 안고 우리 단체를 찾아와 ‘부모로부터 한 번, 입양 가정으로부터 한 번, 총 두 번 버림받았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KAGC 대표가 1일 국민일보와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40여 년 전 청년 시절에 유학차 미국에 왔던 김 대표는 그곳에서 한인 1.5세인 아내를 만나면서 미국 이민자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그는 아시아인을 포함한 소수 인종이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던 시대의 현실을 목격하며 차별받는 한인 이민자들의 권리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유권자 운동에 나섰다. 2017년 창립된 KAGC는 매년 수도 워싱턴 DC에서 전국 600~1,000명의 한인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KAGC 전국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한인 권익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한인파양자들의 목소리를 가깝게 들어왔고 무국적자 해외입양인들의 시민권 확보에 주력했다. 그는 2016년부터 ‘입양인 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 통과를 위해 미국 의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법안은 과거 2000년 제정된 ‘소아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 CCA)’에서 제외된 성인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CA는 18세 미만의 해외 출신 입양인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했지만, 성인이 된 입양인들은 제외돼 무국적자로 살아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전쟁고아로 넘어왔던 이들은 이미 18세를 훌쩍 넘겼고 결국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며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어 노후에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자 입양인 시민권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AGC가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유권자등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KAGC 제공

그는 매년 입양인들과 함께 워싱턴 D.C.에서 의원들을 만나 권리를 호소해왔지만, 법안은 매 회기마다 상정됐다가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 이후 새롭게 구성될 미연방 119 회기에서 법안을 재상정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김 대표는 한국 교회에 이 문제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친부모와 양부모 모두에게 버림받고 시민권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평생을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며 “한국 교회가 이들을 위한 시민권법 통과에 관심을 두고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새벽마다 이를 위한 기도를 이어가며 미국 의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리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법안이 통과돼 해외입양자들이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