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이유… 19세기 법 여전

입력 2024-11-01 15:57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리노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1월 5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미국만의 선거가 아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가 미국 선거를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 대선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행사이기도 하다. 1억6000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다.

이렇게 중요한 선거지만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부모들은 직장에 나가는데 아이들은 이날 학교에 안 가는 경우가 많다. 학교들이 대부분 투표소로 사용되고 보안 문제도 있기 때문에 휴교하는 학교가 많다. 부모들은 대선 투표일이면 출근과 투표, 자녀들 보육까지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투표율이 낮은 것이나 사전투표가 유독 많은 것은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직전 2020년 대선 투표율은 67%로 집계됐는데 20세기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미국에서 선거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려는 노력은 계속 있었다. 지난 2월에도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이 의회에서 계류 중인 선거일 공휴일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투표율이 얼마나 높아질지 확실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공휴일 지정이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에 유리할지도 불분명하다. 휴일 증가에 따른 기업의 손해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공휴일 지정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11월 첫 번째 월요일의 다음날(화요일)에 열린다. 이는 1845년 법률로 정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79년 전 대통령 선거일법이 제정될 당시 미국 유권자의 가장 흔한 직업은 농부였다. 노예제도가 존재했고 여성은 투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권자는 백인 남성뿐이었다.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한 건 그때쯤이면 농사가 대부분 끝나기 때문이다.

화요일을 선택한 건 당시 농부들에게 가장 편한 요일이었기 때문이다. 농부들 상당수는 일요일에 교회에 갔기 때문에 주말에는 투표를 하기 어려웠다. 수요일은 장날이어서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블룸버그는 21세기의 미국인들이 19세기 농부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거법에 따라 투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