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없고 연중무휴 생산 가능’…AI발 전력난에 급부상한 SMR

입력 2024-11-03 10:00
경남도가 주최하고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경남 SMR(소형 모듈 원자로) 국제 콘퍼런스'가 2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박완수 지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태양광과 풍력 같은 변동성이 있는 재생 에너지를 보완하고, 24시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마이클 테렐 구글 에너지 및 기후 담당 이사는 최근 구글과 카이로스파워 간 협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구글은 미국 소형원전 스타트업인 카이로스파워와 함께 2030년까지 SMR 도입 계획을 세운 상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SMR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SMR이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해줄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SMR 상용화가 성큼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 또한 SMR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SMR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작은 규모로 설계된 원자로로 출력량 300메가와트(MW)급 이하의 원자로다. 전체 구성품을 여러 개의 작은 단위(모듈)로 나누어 각각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에 필요한 부지와 비용·시간 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원전보다 설치 장소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설치 장소를 원하는 곳에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송전탑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


SMR은 AI 도입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 수급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산업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AI가 발전할수록 필요한 전력량은 많아지는데, 탈 탄소화 흐름에서 SMR이 가장 안정적인 전력수급원이라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4년 전기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AI와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2%를 사용하고 있다. IEA는 2026년에는 사용량이 2022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SMR에 공격적으로 나선 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다. 구글은 지난달 14일 카이로스 파워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은 향후 카이로스가 가동할 6~7개 원자로에서 총 500메가와트(㎿)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카이로스는 현재 2030년에는 첫 SMR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은 이틀 뒤인 16일 엑스에너지에 5억 달러(6882억원)를 투자해 SMR 상용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SMR 스타트업인 ‘오클로’에 직접 투자를 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제작이 가능한 전 세계 소수 기업 중 하나다. 현재 뉴스케일파워·엑스에너지와 같은 주요 SMR 개발사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경제적이면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SMR 상용화가 진행됨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또한 제작 파운드리로서의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첫 SMR 유치 계획이 언급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부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SMR 같은 신규 원전 건설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