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서 편의점 업계 매출도 덩달아 올라가는 추세다. 개인이나 소규모 단위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트렌드세터 역할을 하는 ‘K-편의점’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전통강호 면세점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9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251만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9.0% 증가했다. 내국인은 13.1%, 외국인은 32.7% 각각 늘어난 166만명, 85명이었다.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매출은 오히려 전년 동월 대비 10.0% 감소한 1조1940억원으로 집계됐다. 내국인 매출은 10.4% 증가한 2726억원을 기록했으나, 외국인 매출이 1조805억원에서 9215억원으로 이 기간 14.7% 줄어들었다.
반면 편의점에서의 외국인 매출은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GS25의 올해 상반기 위챗, 알리페이의 결제는 전년 동기간 대비 249.9% 신장했다. CU에서 알리페이·애플페이 등이 이용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0.0%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 1~6월 사이 알리페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편의점 업계는 외국인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외국인들이 모바일 여권으로 즉시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무인 환전 서비스를 도입했다. CU는 지난해 11월 달러, 엔화, 위안화 등 총 15종의 외국인 화폐를 원화로 환전이 가능한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했고, 올해엔 글로벌 포인트 적립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포스 스캐너에 여권 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편의점 업계는 기세를 몰아 오프라인 업계 왕좌까지 노리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석한 올해 상반기(1~6월) 유통업별 매출 비중을 보면 편의점은 16.0%로 오프라인 채널 중 2위를 차지했다. 백화점은 16.6%로 선두 자리를 유지했지만, 격차는 0.6% 포인트로 좁혀졌다.
면세점 업계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면세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4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인 상황이다. 현대면세점도 올해 상반기 기준 9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면세점 업계는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일본 도쿄 시내면세점 동경긴자점을 8년 만에 재단장하고, 기존 사전면세 매장에 사후면세 매장을 추가했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중국인 MZ세대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은 에어비앤비 차이나와 제휴해 실질적 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펼칠 방침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힙한 문화’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관광객 사이에 형성되면서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행에 민감한 업종은 하던 대로만 해도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데 큰 장벽이 없다. 입지가 있는 기업일수록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