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36주 낙태’ 사건과 관련해 제왕절개 수술 직후 태아가 살아있었다는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날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초진 병원 진료 내용에는 20대 산모 A씨가 낙태 수술 직전 지방 소재 산부인과 2곳에서 진료를 받았고, 특이소견 없이 태아는 건강했다는 걸 확인했다”며 “압수물과 의료진 진술, 의료 자문 결과 등을 토대로 태아의 출생 전후 생존 가능성에 대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A씨는 낙태 수술을 받기 지방의 병원들을 찾아갔지만 낙태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지인이 소개해 준 브로커를 통해 수도권의 한 병원을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병원을 방문한 당일 수술비용 900만원을 지급하기로 협의한 뒤, 제왕절개 수술까지 모두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이 태아 출생 직후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그 때문에 결국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통상 신생아가 태어나면 의료진은 체온·호흡 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신생아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아프가 점수’를 매겨야 한다. 이는 신생아의 피부색, 맥박, 호흡, 자극반응 등을 확인해 부여하는 점수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의료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확인이 됐다”며 “만약 아이가 위급했다면 긴급 수술해야 하고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했지만 그런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숨진 태아의 시신은 병원 냉동고에서 수일간 보관되다 화장 대행업자에게 넘겨졌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수술에 참여한 병원장 윤모 씨와 집도의 심모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법원이 윤씨와 심씨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을 기각했지만, 그 사유로 범죄 사실에 대한 다툼 여지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총 9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병원장과 집도의, 유튜버는 살인혐의로 입건됐다. 다른 의료진 4명은 살인 방조 혐의를, 환자를 알선한 브로커 2명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브로커들이 해당 병원에 다른 환자들을 알선한 정황도 파악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조만간 윤씨와 심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재희 김용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