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취임 전 사적인 대화였을 뿐이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은 31일 통화 내용에 대한 법률검토 결과 “당선인이었던 윤 대통령이 ‘공무원의 당내경선 운동 금지’를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공천 관련 의견을 당에 개진했더라도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통화 시점이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전이므로 아직 공무원이 아닌 상태에서 나눈 사적 대화에 대해선 공천개입이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적인 신분에서 약속한 것도 아니고 사적 대화의 일환이기에 특별히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 의원은 기자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개입과는 전혀 내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뿐 아니라 당원이면 누구든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거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이는 대통령 신분으로 공천에 개입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박 전 대통령 사례와 다르다는 주장이다.
재보선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공천이 원칙대로 이뤄졌으며 이 원칙에 따라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기본적으로 공천은 공관위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한다”며 “당 기여도, 대선 기여도, 경쟁력, 여성 가산점 등을 따져서 김 전 의원이 자연스럽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공관위는 2022년 5월 2~3일에 공천 신청을 받고 같은 달 4일부터 면접을 진행했는데, 당시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는 김영선·김종양 후보를 놓고 공천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국회에서 윤 대통령 통화 녹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추가로 파악이 필요하면 사무총장 등이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로서는 정확히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당 ‘투톱’의 신중한 태도는 윤 대통령의 통화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 尹-명태균 통화음성 공개…대통령실 “공천 지시 없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통화 녹음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겼다. 이 통화는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공천받기 직전인 같은 해 5월 9일 이뤄졌는데 이때 윤 대통령은 취임을 하루 앞둔 당선인 신분이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고 해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