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영(53) 목사는 2011년 전남 신안군 도초도 한울교회에 부임했다. 주민 대부분이 염전에서 일하거나 농사를 짓는 섬마을을 69년간 지켜온 한울교회는 김 목사 부임 당시 60~80대 성도 24명만 모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면서 성도 수도 줄어만 갔다.
매일같이 복음을 전해도 해답이 없는 것 같아 지쳐 가던 중 귀촌한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지난해 기타와 드럼 교실을 열게 됐다. 취미 삼아 악기를 연주하러 오던 주민들이 연습 전 5분씩 말씀을 전하던 김 목사의 열정에 감화돼 교회에 등록하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악기 연습 덕분에 ‘한울밴드’라는 밴드부도 생겼고 젊은 주민들의 합류로 교회가 활기가 넘치게 됐다”며 “무엇보다 섬마을 교회도 부흥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성도 수는 늘어났지만 지은 지가 오래된 예배당과 사택은 김 목사 마음속 짐이었다. 예배당 창틀과 지붕은 썩어 비가 들이쳤고 겨울이면 난방이 잘 안 되는 사택에서 김 목사는 사모와 함께 텐트를 치고 점퍼를 입고 잠들었다. 하나님이 보내주신 이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보수를 하고 있었지만 수월치 않았다.
한울교회에 손을 내민 이가 서울 강변교회(장병일 목사)였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강변교회가 그동안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작은 교회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강변교회는 한울교회를 비롯해 전국 31개 작은 교회에 총 3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31일 용산구 교회에서 열린 전달식에서 장병일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회복을 넘어 부흥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한국교회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 사역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시적인 후원에 그치지 않고 31개 교회가 든든하게 세워지도록 성도들과 늘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변교회는 기존 교회뿐 아니라 새로운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도 나섰다. 다음 달 10일 충남 천안에 70주년 기념 교회를 세운다. 개척을 원하는 목회자들의 신청을 받아 공정한 심사 끝에 선정한 후 6억원을 지원했다. 이 사역도 교회의 뜻을 강요하지 않고 개척 목회자가 원하는 지역과 장소에 예배당을 마련했다.
장 목사는 “교회 칠순 생일을 다른 교회와 함께 축하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며 “앞으로 강변교회가 담장 너머로 뻗은 나무처럼 교회 밖 주민과 지역도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