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감 3신]“교회, 성범죄 안전지대 될 때까지”…피해자·교회공동체 위해 총회서 기도

입력 2024-10-31 10:56
총회대표가 31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에서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위한 예배' 시간 중 기도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이철 감독회장)가 교회 내 발생한 성범죄를 회개하고 이로부터 안전지대가 되길 바라며 교단 차원의 기도회를 진행했다. 기감이 31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제36회 총회 이틀 차를 맞은 아침기도회 시간에서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교회를 위한 예배’를 주제로 드려진 기도회는 참석한 총회대표들의 조용한 기도로 시작했다.

기감은 이번 총회에서 ‘2023~2024년 성폭력대책위원회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총회 성폭력대책위 부설 기관인 성폭력상담센터는 “최근 2년간 9건의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다”며 “신규 접수된 사건 9건과 지원 중인 사건 2건, 기독교성폭력센터 접수 1건으로 총 12건의 사건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 83%(10건)가 목회자(담임목사 7건, 선교사와 전도사 3건)에 해당했다.

기감은 이번 기도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교회 내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반성하고 정의로운 교회공동체로 향하길 주문했다.

황창진 목사가 31일 제36회 총회 아침기도회에서 총회를 대표해 '피해생존자를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황찬진 목사는 총회대표에게 피해생존자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황 목사는 “생명의 하나님, 고통 속에 있으며 부서질 듯 연약해진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한다”며 “하나님의 영원한 빛으로 이들의 어두움과 외로움을 쫓아내 달라”고 했다. 총회대표는 황 목사의 대표 기도를 필두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진행했다.

이어 전국여교역자회장 김명희 목사가 ‘교회공동체를 위한 기도’를 이어갔다. 김 목사는 “하나님, 당신으로부터 너무도 많이 빗나간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한다”며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정의에 무딘 우리 마음을 정화해달라”고 고백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사정과 상황을 수용하게 해달라”며 “이들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섣부르게 용서를 강요하는 2차 가해를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다윗이 밧세바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비춰 설교한 총회 성폭력대책위원장 정동준 감독은 “성범죄는 가해자 한 사람의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비롯해 기독교 전체를 무너뜨리는 죄”라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교회가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예방책을 잘 세우고 교육과 기도로 성범죄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윤서 손동준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