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독립교회의 첫발을 내디딘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연합회장 송용필 목사)는 지난 21일 기념비적인 50회 목사안수식을 맞이했다. 교단 정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목회를 꿈꾸는 이들의 울타리가 된 카이캄은 그동안 6000명에 가까운 목사 안수자를 배출했다. 카이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이혼율이 높아지는 현 사회 상황을 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목사 안수자 지원자 가운데 이혼의 아픔이 있는 이들의 비율이 증가 추세를 목도한 것이다.
이혼자의 ‘목사안수’ 지원 쑥
카이캄에 따르면 올해 목사 안수 지원자 157명 가운데 10%에 달하는 15명이 이혼 경험이 있었다. 목사 안수 자격으로는 국내외 신학대학원 목회학석사(M.Div) 과정이 있어야 하며 2년 이상의 목회 경력이 있어야 한다.
기획팀장 박영운 목사는 3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2017년 36회부터 목사 안수 선발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3~4%에 불과했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다 올해 최고치에 달했다”며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혼율이 증가하는 사회 분위기와 비슷한 기류로 가는 게 매우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현재 카이캄은 이혼한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목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모든 이혼을 원칙적으로 막는 건 아니다. 배우자의 유책 사유(불륜 폭행 등)가 이혼 판결문에 분명히 명시된 경우는 제외한다. 합의 이혼의 경우 부부간 입장 차가 다르고 이혼 사유를 소명하기 힘들기에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박 기획팀장은 “시대적으로 많은 가정이 무너지는 가운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라면 교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만큼은 사랑과 희생, 인내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안수 자격’ 부여, 교단마다 제각각
본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혼 관련해 목회자 안수 여부는 교단마다 상황이 다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등에서는 이혼한 이들에게 목회자 안수 자격을 주지 않는다. 특히 기하성과 기성은 장로 직분을 세울 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기하성의 경우 목사안수 후 이혼하면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단 사회 법정에서 배우자의 유책이 분명할 경우는 제외한다.
기하성 총회 서기인 강인선(순복음평화교회) 목사는 “교단이 처음 창립했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이혼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게 목사 안수의 전제조건이었으나 2015년 헌법이 개정됐다”며 “교단 경과규정으로 예외 조항이 신설됐는데 이혼했어도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 마약 중독, 이단·사이비 등 불가피성이 인정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설명했다. 강 목사는 이어 “목사 안수를 받은 이가 이혼할 경우 징계 대상이지만 이 역시 이혼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징계 청원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신도 아직 이혼한 이에게 목사 안수를 허락한 적이 없다. 총회가 규정한 목사 자격 중 “자기 가정을 잘 다스리며 불신자들에게서도 칭찬을 받는 자이며(딤전 3:1~7)”라는 문구가 그 근거로 적용된다.
예장합신 관계자는 “다만 목사가 된 상태에서 이혼의 위기에 처한 경우, 노회 내 시찰회가 그와 그 가족의 영적 상태를 살피며 돌보는 일에 더 중점을 두고 ‘치리’한다”며 “이혼 위기에 처한 목회자가 스스로 자숙하고, 노회의 치리를 받으며 회복을 꾀하는 과정을 통해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보호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예장합동·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의 경우 이혼 여부를 직분의 자격과 연결하지 않고 있다. 합동 총회는 총회 헌법에 명시된 목사 자격으로 ‘자기 가정을 잘 다스리며 외인에게서도 칭찬을 받는 자’이며 통합은 ‘가정을 잘 다스리고 타인의 존경을 받는 자(딤전 3:17)’로만 명시했다.
교계에서는 대체로 다른 이들의 영혼을 돌보며 목양하는 목회자가 교회의 기본 척도인 가정에서 솔선수범하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설사 목회자가 이혼 경험이 있다 할지라도 온전한 회복과 회개의 과정을 가진 뒤에야 이혼 가정의 아픔도 보듬을 수 있다고 본다.
피치 못할 이혼 사유 자세히 들여다 봐야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목회자가 기본적으로 가정을 다스리는 일에 솔선수범하지 못하면서 교회 지도자가 되는 것은 성경에 벗어난 일”이라며 “담배꽁초만 버려도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혼 후 영적 상태와 생활 등이) 정리 안 되고 회복 없이 다른 영혼을 돌본다는 것 자체가 성직을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송 목사는 다변화된 세상에서 도저히 가정을 지키지 못하는 피치 못할 이혼 사유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한 이들에게 선의의 피해가 없도록 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목회자로 안수받은 후에도 건강한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목회자들이 윤리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 활동 이상 없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예장통합 신학대인 장로회신학대는 입학 선발 과정에서 이혼 경험이 있는 이들의 경우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이혼 사유와 이혼 후 삶과 열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목회 활동하기에 이상 없다는 것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 총장은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기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지만 “다른 이들의 치유자 역할을 하려면 이혼 후 더 성숙한 극복 과정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함부로 판단할 순 없지만, 객관적 상황을 참고할 수 있는 주변 추천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넘어야 할 산
한국 사회에서 이혼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존재하기에 이혼한 이들이 신학대 입학, 목사 안수 과정을 거친 뒤에도 교회 청빙 등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임 전 총장은 “한국교회에서 목회자에 대한 윤리적 기준은 현실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지나치게 율법적으로 재단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고든 맥도날드 목사처럼 가정의 어려움을 겪은 뒤 철저한 회개와 성화 과정의 노력이 공동체에서 수용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혼의 꼬리표가 오히려 이혼한 성도들을 보듬는 귀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문해철(가명) 목사는 배우자의 유책 사유로 이혼한 뒤 조기 은퇴했다. 이후 교회를 개척해 이혼 가정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혼 후 이혼이나 이혼에 준하는 성도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보듬을 수 있었다”며 “한국 목회자들도 이 사역에 대한 필요성을 은연중 모두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혼 당사자로서 교단마다 목사 안수 자격이 다른 상황에 대해 “목회자의 경우 이혼 책임이 당사자에게 있다면 반드시 회개가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일정 기간을 두고 상담 교육 등을 받고 있는데 교회에서도 다시 수긍이 될 때 목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혼 사역의 딜레마
이혼 사역이 교회에서 확산되지 않는 데에는 나름의 딜레마가 있다. 문 목사는 “일반 목회에서는 이혼 사역 등의 필요성을 알아도 대놓고 이혼을 긍정하는 사역을 하기는 어렵다”며 “이혼 문제가 나오면 그것을 품고 수용하는 분위기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혼 가정을 두고 직접 얘기하는 데에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치유가 필요하지만, 적극적인 치유를 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이혼 성도에 대한 목양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아영 조승현 임보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