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난 윤여준 “尹, 국민신뢰 낮은데 신경도 안써”

입력 2024-10-30 16: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보수 진영 책사로 꼽혔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국제 정세나 국내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데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곤란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과 이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장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정국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 전 장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도우며 보수 진영의 책사로 불린 원로 정치인이다.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선대위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경제 상황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지혜가 필요한 때”라며 정국 상황에 대한 윤 전 장관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윤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역할이 크다. 나라가 걱정”이라며 여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윤 전 장관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저렇게 흔들려서야 (되겠나)”라며 “민생이 국정의 기본인데 정부가 그리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으니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겐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일 것 같은데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은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과) ‘힘 합쳐 뭘 해보자’는 모습은 별로 안 보이고 여야가 적대적 관계가 됐다. 작은 나라가 그나마도 분열돼 역량을 모으지 못하니 딱하다”면서 “죽고 사는 식으로 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죽고 사는 식으로 하는 것은) 전쟁이다. 그것이 제일 안타깝다”고 하자 윤 전 장관은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대표는 “정치인들은 공인이라 감정이 있어선 안 되는데 (상대를) 진짜 미워하는 것 같다”며 “공적인 자리 외에는 서로 만나지도 않는다. 적대적 감정이 회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이 결국 대통령과 집권당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소수 여당이 다수당과 대화를 안 한다는 건 민주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득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이 대표는 “길을 열어 달라”고 했다.

회담 이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빠른 2차 대표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자주 만나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상황이 나쁘고 서로 껄끄러울수록 만나서 문제들을 다 드러내 놓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 대표님,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