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네이버에 스타트업까지…‘제2 중동의 봄’ 꿈꾸는 국내 IT 기업

입력 2024-10-30 08:50 수정 2024-10-30 10:00
테크시프트 행사에 마련된 리벨리온 부스. 리벨리온 제공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중동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석유 중심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중동 국가들이 IT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늘린 틈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주최하는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 ‘테크시프트’에 한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아람코가 투자한 스타트업, 글로벌 기술 기업이 최신 기술 동향과 미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리벨리온은 지난 7월 아람코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와에드 벤처스로부터 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지난 9월엔 ‘글로벌 AI 서밋’에서 아람코와 데이터센터 내 반도체 상용화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고 공식적인 기술 실증(PoC)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연내 사우디에 중동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와 첨단 기술 분야의 대규모 국책 과제들에서 협력하고 디지털 트윈(가상모형) 플랫폼 구축 사업, ‘소버린(Sovereign·주권) AI’ 구축에 참여한다. 앞서 네이버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랍어에 기반을 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AI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 딥노이드 등도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사무소를 열었다. 의료 AI 기업 웨이센은 중동 최대 의료 IT 전문기업 메가마인드와 판매 계약을 맺고 사우디, UAE 등 소재 대형병원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는 최근 중동 국가들이 첨단 기술 분야 투자를 강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사우디, UAE 등 중동 부국들은 산업 다각화를 통해 국가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동·북아프리카 IT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1%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9년 2502억9000만 달러(약 338조원)에 이를 전망된다.

특히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제재를 강화하면서 한국 등 제3국의 기술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우디는 산업의 탈(脫)석유를 위한 국가개발전략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의 5대 중점 협력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이에 발맞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두바이에 ‘IT 지원센터’를 여는 등 정부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디지털전환 속도를 높이면서 해외 진출이 절실한 국내 IT 기업들의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