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선교관이 가을 들녘을 닮은 농촌 마을로 변했다. 29일 오후 찾은 이곳엔 충주 배추, 안동 사과, 구례 단감, 서천 호박, 해남 미역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특산물들이 강대상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제까지 들깨 짜다 왔지요. 오늘 무 배추 고추를 차에 싣고 왔는데 수확하다 보니 전원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보낸 23년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라고요. 흙 살리며 영혼 살리고 동네를 변화시키는 동안 하나님께서 농촌으로 보낸 이유를 가슴으로 새기고 확인했어요.”(한석봉(60) 충주전원성결교회)
한 목사를 비롯해 전국에서 온 40여명의 목사들이 이곳 강대상을 농촌 들녘으로 꾸민 건 올해 16회째를 맞은 농어촌 목사합창단(지휘 박찬일) 정기발표회를 위해서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농어촌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단원으로 참여하는 합창단은 2010년 창단 이래 2개월마다 연습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사역을 응원해왔다.
3년차 단원 조성민(66) 밀양 귀명교회 목사는 “농어촌 지역에 머물다보면 강단이 무너지지 않고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순간들이 태반”이라며 “사역할 때는 더러 ‘외로운 섬’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연습하러 모이는 날엔 서로의 기운을 주고 받는다”며 웃었다.
‘한국농선회(회장 김기중 목사) 농어촌선교의 밤’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진행되는 발표회는 단원들이 갈고 닦아온 합창 실력을 복음 전파와 추수의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푸른색 높은음자리가 새겨진 티셔츠에 청바지를 맞춰 입은 합창단은 ‘거룩 거룩 거룩’ ‘구주 예수 의지함이’ ‘섬집 아기’ 등 6곡의 무대를 선보이며 현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냈다. 특히 한 목사의 장구 연주에 맞춰 ‘예수님이 좋은 걸’을 찬양할 땐 합창단과 관객이 한 몸처럼 어깨를 들썩이고 “얼쑤”를 외치며 흥을 더하기도 했다.
이날 14년간의 단원 생활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무대에 오른 장홍성(70) 어불도소망교회 목사는 하루 전 전남 해남을 출발해 서울로 올라와 발표회를 준비했다. 장 목사는 “전국 팔도에서 모인 단원들과 찬양으로 입 맞추는 날이 목회 여정의 큰 낙(樂)이었다”며 “농어촌 지역 목회자들이 어느 곳에서 사역하든지 함께 용기를 불어넣어 줄 영적 동지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합창단 단원은 목회자로서의 은퇴와 함께 무대를 내려온다. 이날 장 목사와 함께 합창단 은퇴식을 맞은 서종석(함평전원교회) 김용기(안동새에덴교회) 목사 등 단원 6명에게는 앞으로의 신앙 여정 또한 건강하게 걸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모와 함께 신을 운동화가 선물로 전달돼 의미를 더했다.
김기중 회장은 “농어촌 사역 현장의 회복은 한국교회 회복의 중요한 축”이라며 “언제나 복음과 십자가의 지게를 지고 바르게 목회하는 농어촌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