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살던 미국서 추방된 韓입양인…“한국 정부도 책임” 항소

입력 2024-10-30 06:01 수정 2024-10-30 06:01
애덤 크랩서가 2019년 1월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CNN이 미국에 입양돼 37년을 살다가 강제로 추방당한 한인 남성 애덤 크랩서(한국명 신송혁·49)의 사연을 28일(현지시간) 재조명했다.

크랩서는 2019년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최초의 한국 입양인이라는 역사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크랩서는 지난해 1심에서 입양 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를 상대로 1억원의 배상 판결을 얻어냈지만 여전히 부인과 딸들이 있는 미국 땅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홀트는 친모가 있지만 출생신고는 안 된 크랩서를 ‘기아호적’(고아호적)에 올려 입양시켰다. 당시에는 기아호적을 가진 경우 입양아와 양부모가 만나는 과정 없이도 대리입양이 가능했다. 친부모 동의 절차도 생략돼 입양 절차가 쉬워진다.

크랩서는 호적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름까지 바뀌었다. 이때 원래 이름이었던 ‘신성혁’이 ‘신송혁’으로 잘못 적혔다. 그런 상태로 4살이던 1979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양부모의 학대와 두 차례 파양으로 시민권 신청조차 하지 못한 그는 영주권을 재발급받는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경범죄 전과가 드러나 2016년 강제 추방됐다.

크랩서 측은 한국 정부가 국가 간 입양의 기본인 입양 아동의 국적 취득 조력·확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심 판결이 한국 정부의 책임을 비껴갔다며 항소했고 홀트는 ‘당시 입양 기관으로서의 직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각각 항소한 상태다.

크랩서는 항소심에서 자신이 어떤 고향 땅과도 단절된 처지라고 호소했다. 그는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난 미국 문화밖에 모르고 그 누구도 내게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는 ‘2024년 입양인 시민권 법안’은 여전히 미국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해외 입양인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하고, 2000년 제정될 당시 18세 이상이었던 입양인은 모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던 ‘아동 시민권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시 25세였던 크랩서 역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

크랩서는 CNN에 최근 발의된 법안에 대한 논의가 2017년 시작된 이후 진전이 없다는 점을 들어 “아마도 우리 생애에는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새 법안의 통과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법안 공동 발의자 중 한 명인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 대변인은 “선거와 레임덕 기간을 고려했을 때 2025년 1월에 종료되는 현 의회의 임기 동안 더 많은 진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매우 필요한 이 법안이 다음 의회에서는 입법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가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