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미국 유력 신문 워싱턴포스트(WP)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내보내지 않기로 한 사주의 결정 이후 전체 독자의 8%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28일(현지시간) 이날 오후까지 20만명이 넘는 WP 독자가 디지털 구독 계약을 해지했다고 보도했다. 돈을 내고 종이 신문이나 디지털 신문을 보는 WP 독자 총 250만명 중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다.
WP 내부 소식을 잘 아는 소식통은 해지 건수가 오후 내내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일부 WP 기자는 자기 친척들도 구독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구독 취소가 잇따른 건 WP의 편집인이자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루이스가 지난 25일 이번 대선부터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진보 성향의 이 신문은 1976년 이후 1988년 대선을 제외하고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WP는 이번에도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사설 초안을 작성했지만 이를 발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결정이 사주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에 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WP 이사회 이사들이 사임하는 등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루이스 CEO는 해당 결정에 베이조스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베이조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고려해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은 계속됐다.
이에 대해 베이조스는 WP 홈페이지에 “대선 지지 중단 결정은 ‘원칙적’”이라는 입장문을 올렸다. 베이조스는 “어떤 종류의 대가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이 결정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후보자와 상의한 바가 없으며 전적으로 내부적으로 내린 결정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WP의 전 편집장 마티 배런은 NPR 인터뷰에서 “만약 이 결정을 3년 전, 2년 전, 혹시 1년 전에 했더라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이 결정은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이뤄졌으며 신문의 편집국과 실질적인 진지한 숙의가 없었다. 이 결정은 분명 숭고한 원칙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박상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