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인기 없는’ 바이든과 거리두기…“당선 걸림돌”

입력 2024-10-30 00:03 수정 2024-10-30 00:17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앤아버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날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대선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해리스 캠프는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의 공동 유세를 피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해리스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 주자로 등장해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을 역전시켰으나,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다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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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선 지 석 달이 지났으나, 인기 없는 (바이든)행정부와의 차별점을 명확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해리스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현 정부와의 차별화 실패를 지적했다.

해리스 캠프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낮은 인기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측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일정을 비워뒀지만, 해리스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대선까지 두 사람의 공동 유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주 해리스 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유세 일정도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수 에미넴, 비욘세,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과 타일러 페리 등 친민주당 성향의 유명인사들과 함께 유세를 진행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피츠버그에서 북미 노동자 국제노조를 방문해 소수의 지지자를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정치 고문을 지낸 더그 소스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해리스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캠페인 참여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대선에서 현 정부와의 거리 두기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사례도 존재한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엘 고어 부통령은 ‘섹스 스캔들’로 도덕적 타격을 입은 빌 클린턴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를 넘었음에도 고어는 클린턴이 유세장에 오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고어는 조지 W 부시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으며, 클린턴과의 거리 두기 전략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지지율은 평균적으로 35~40% 수준에 머물렀으며, 여론조사 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평균 국정 운영 지지율은 3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