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30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려던 대규모 집회가 안보 위협으로 인한 주민 안전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지역 주민과 신천지 피해자들은 이 같은 결정에 환하면서도 신천지 측이 집회를 강행하지는 않을지 우려했다.
평화누리공원 대관을 담당하는 경기관광공사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평화누리공원에서 3만여 명이 참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청한 신천지 측의 대관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북한으로부터 오물 풍선이 날라오고, 대북 전단이 살포되는 등 안보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경기관광공사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파주지역 일대의 위험구역 설정과 납북자 피해 단체의 행사 기간 중 대북 전단 살포 예고 등 안보 위협 사태에 따른 주민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바, 평화누리 관리운영 규정 제16조 제2항 제7호에 의거 대관 승인 취소 및 시설사용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라는 단체로 신청돼 사용 승인됐다. 하지만 경기관광공사는 “최근 남북 간 긴장 관계 고조 등 안전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취소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에서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는 등 현재 남북 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북한과의 초 접경지역인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3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집회가 열리게 되면 안전관리상 심각한 우려가 있어 긴급히 취소하게 됐다”고 했다.
신천지가 30일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려던 행사의 명칭은 ‘첫 열매와 함께하는 평화의 바람’으로, 1부 ‘자유 평화 및 통일 염원 종교 지도자 포럼’과 2부 ‘시온기독교선교센터 11만 연합 수료식’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단 전문가들은 신천지의 정기 이단 교리 수료식인 ‘시온기독교선교센터 11만 연합 수료식’이 집회의 주된 목적이라고 본다. 또 ‘평화’와 ‘통일’을 내세워 이단 교리를 포교하고자 집회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경계를 요청해왔다.
대관 취소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신천지 피해자들, 지역 주민과 함께 이번 집회 개최를 반대해 온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수기총·대표회장 김선규 목사·사무총장 박종호 목사)는 즉각 “다행”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내고, 관련 기관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천지 집회 대관을 계속해서 불허해달라고 촉구했다.
수기총은 성명에서 “뒤늦게나마 경기도민과 경기도지사의 엄중한 경고를 인식하고, 안보상 위험성을 직시해 집회 허가를 취소한 것이기에 다행스럽다”며 “파주 평화누리공원은 국민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안보상 위험지역인데 국민의 지탄을 받아 온 이단 집단인 신천지가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도록 허락해준 건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평화누리공원 대관은 취소됐지만, 신천지가 이단 교리 수료식 개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장소와 날짜를 다시 정해 집회를 조만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현재 신천지 측은 평화누리공원에 집회를 위한 무대 설치 작업과 함께 예행연습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대로 행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신천지는 과거에도 집회 장소 대관이 불허됐음에도 행사장을 불법 점거하며 행사를 강행한 전력이 있다. 2015년 9월 18일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무단으로 점거한 후 불법으로 ‘종교통합 만국회의 1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고,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경기도 안산시 와스타디움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평화 만국 회의’란 이름의 대규모 집회를 불법 점거해 치른 바 있다. 신천지 측은 당시 대관 취소 사유가 없음에도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며 반발했지만, 경기도청과 월드컵경기관리재단은 2019년 신천지를 건조물 침입죄 및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임웅기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광주이단상담소장은 “신천지 측은 대관이 취소돼도 무대를 다 설치했다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집회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핵심 관계자가 구속되지 않고, 벌금형 등에 그치는 등 과거 선례에 비췄을 때 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개최를 감수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