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들어갔냐고 서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는 그날까지’
‘사회적 참사의 증인으로 남아 안전 사회를 함께 만들겠습니다’
‘주님 이들에게 평안과 안식을 주옵소서’
‘함께 별들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수백명의 다짐과 추모 쪽지가 벽에 붙어있는 곳. 서울 중구 별들의집은 10·29 이태원 참사 임시 분향소다. 분향소 흰색 조명 아래엔 별이 된 159명의 영정이 입구를 따라 디귿자로 줄지어 걸려 있다.
28일 오후 7시. 100명 넘는 기독교인들이 희생자를 기리는 보라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이곳을 찾았다. 이날 별들의집에선 한 시간 동안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 예배’가 드려졌다.
“남편이 아들 장례식장에서 찬송가를 틀었어요.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너의 우편에 그늘 되시니.’ 도무지 찬송을 따라부를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아들을 지키셨을까.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아들이 ‘엄마, 하나님이 나를 지키셨냐’고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모태 신앙인으로 50년 넘도록, 평생을 기도로 살아온 제 믿음은 아들 영정 앞에서 온데간데없이 무너졌습니다.”
희생자 김의진씨의 엄마, 임현주(58) 집사가 유족을 대표해 아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참석자는 또 다른 유가족뿐이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고개를 푹 숙인채 손수건으로 눈을 막고 입술만 깨물었다.
임 집사는 “의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 기도 제목을 물어본 적이 있다”며 “‘세상 모든 여성이 자기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늘 화목했으면 좋겠다’던 우리 의진이는 사랑이 많은 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159명을 숫자로만 기억하지 말아달라”며 “이들의 인생 하나하나를 기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추모 예배에선 하나님이 고통받는 이들과 동행한다는 말씀이 선포됐다. 김동우 새소망교회 목사는 ‘보았고, 들었고, 안다’(출 3:7~12)라는 주제로 “오늘 본문을 보면 이집트 제국이 힘이 있고 강한 것 같아도 하나님의 관심은 이집트가 아닌 이집트에 고통받고 부르짖는 이들에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은 늘 힘에 눌려 신음하는 이들, 자신들의 억울함을 신원하는 이들과 함께하셨다”며 “여전히 한 맺힌 가슴을 부여안고 부르짖고 계신 유족들 곁에, 지금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심을 믿는다”고 전했다.
설교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공동 기도를 올렸다. 두 손을 모은 참석자들은 유족들을 위해, 진상규명을 위해,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기도했다.
추모 예배는 찬송가 ‘십자가를 질 수 있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참석 교인들은 “참사 2주기 이후에도 희생자·유족과의 동행하겠다”고 다짐하며 별들의집을 나섰다.
“오늘 유가족들께서 ‘공감과 연대는 절대 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고기교회 청년 김소연씨)
“이태원 참사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힐 수 있습니다. 애도의 마음을 지키려면 더 기억하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유족이 있는 현장에서 함께 울겠습니다.”(박형순 희망교회 목사)
“안전을 원한다면 참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유가족들의 한 걸음 뒤에서 끝까지 연대하고 행동하겠습니다.”(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 사무처장)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