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을 가진 자미르(31)씨는 이스라엘 벧세메스의 장애인보호시설에서 진행된 그림 수업에서 처음으로 사람 모양을 그려냈다. 그의 그림을 본 옐토의 이상훈 대표는 자미르의 작품에서 캐릭터적인 요소를 발견해 이를 굿즈로 제작하기로 했다. 또 다른 발달장애인 청년 노가(34)씨는 자연물을 귀엽고 동화 같은 느낌으로 그렸고, 그의 작품도 핸드폰 케이스와 키링으로 재탄생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의 순수하고 독창적인 예술적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것. 이것이 바로 소셜디자인 브랜드 ‘옐토(YELTO)’의 목표다.
옐토는 자폐성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그린 그림을 다양한 굿즈로 제작해 판매하는 브랜드로, 브랜드명은 히브리어 ‘옐라딤 토빔(Yeladim Tovim)’에서 따왔다. 이는 ‘좋은 아이들’을 뜻하는 동시에 ‘옐로우 토끼’라는 캐릭터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 옐토의 미션이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상훈(35) 대표는 “옐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노눈치 라이프’로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살자는 것”이라며 “이는 크리스천들에게도 자신의 믿음과 구원을 세상에서 당당히 드러내는 주의 제자로서의 삶을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기독청년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옐토의 시작은 2016년 이스라엘에서의 봉사활동에서 비롯됐다. 신혼여행을 겸해 이스라엘을 찾은 이 대표는 장애인 지원 단체 ‘암미코(AMIKO)’에서 봉사하며 발달장애인 청년들과 지내게 됐다. 봉사 기간 그는 발달장애인 청년들과 아침 식사, 샤워, 미술 등 일상을 함께하며 친밀한 유대감을 쌓았다. 특히 예술 수업에서는 청년들이 창의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다. 이 대표는 “그림, 음악 등 창의적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을 하는 장애인 청년들의 모습은 매우 순수하고 독창적이었다”며 “그들이 가진 재능을 굿즈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아내 역시 발달장애인 오빠와 자라며 장애인 돌봄의 어려움을 경험했으나, 이스라엘 봉사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 그는 “장애인들과의 소통에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그 경험이 부부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고 밝혔다.
귀국 후 그는 편집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발달장애인들의 작품을 굿즈로 제작하기 시작했고, 2020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옐토’를 설립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장애인 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옐토가 넥슨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병원장 이원일)과 협력해 ‘마라톤-나만의 결승선’ 전시회를 열었다. 이는 옐토와 가톨릭대학교 옐토당 학생들이 기획한 체험형 전시로 장애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30여 점의 작품을 활용해 구성됐다. 또한, 사업체 등록 이후 지금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금 1000원당 1개의 기저귀를 후원하는 ‘보송보송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홀트아동복지협회와 연계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그의 기도제목은 분명하다. “장애인 친구들을 위해 시작했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옐토를 통해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좋은아이들이란 뜻이 있는만큼 장애뿐만아니라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다음세대 사역에도 비전을 갖고 다음세대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