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승자 확정에 며칠 걸릴 수도… 막대한 사전투표 개표에 시간

입력 2024-10-29 08:00
국민일보 그래픽.

미국 대통령 선거는 11월 5일에 실시되지만 승자가 확정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미국 선거에서는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가 많고, 주마다 각기 다른 개표 관련 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미 도착한 우편투표를 선거 당일이 돼야 개표할 수 있게 한 곳이 있고, 선거 후 3∼4일이 지날 때까지 우편투표를 접수하는 곳도 있다. 이번 대선처럼 초접전인 상황에서는 나중에 개표되는 표들에 의해 승부가 뒤바뀔 가능성도 크다. 특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7개 경합주의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승자를 확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경합주들의 개표 방식을 소개하며 대선 승자 결정이 늦어질 수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애리조나… 선거일 발송되는 우편투표 많아
애리조나주에서는 우편투표가 극단적으로 많다. 직전 2020년 대선에서 거의 90%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는데 대부분이 우편투표였다. 애리조나주 선거당국은 우편투표를 받은 시점에 처리와 집계를 시작할 수 있지만 결과는 투표 종료 1시간 후까지 공개할 수 없다.
다만 선거 당일에 발송된 우편투표 용지는 투표가 종료될 때까지 처리할 수 없는데 이 규모가 상당해 개표에 며칠이 걸릴 수 있다. 2022년 선거에서 주 최대인 마리코파 카운티의 전체 투표수 중 5분의 1이 선거 당일 발송된 ‘늦은 우편투표’였다.

조지아… 외국거주·군인 투표, 선거 3일 후까지 접수
조지아주에서는 사전투표가 많은데, 그 비율이 65~70%가 될 것으로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투표 중 5% 정도가 될 수 있는 부재자투표나 우편투표는 선거 당일 2주 전부터 서명 확인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집계는 투표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법에 따르면 직접투표와 우편투표로 이뤄진 모든 사전투표는 선거 당일 미 동부시간 오후 8시까지 집계돼 보고돼야 한다. 당국은 선거 당일의 투표도 포함해 심야까지 모든 표를 집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거주자나 군인의 투표는 11월 5일까지의 소인이 있으면 선거 3일 후까지 접수한다. 이 투표용지가 2만1000장이 넘었기 때문에 이 표가 집계될 때까지 극단적인 접전이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시간… 신속한 개표 위해 우편투표 사전 집계 허용
미시간주는 지난 대선 이후 투표소에서의 사전투표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인구가 5000명이 넘는 지역에서는 선거 8일 전부터 우편투표 처리와 집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지역에서는 선거 하루 전부터 가능하다. 당국은 이 같은 변경을 통해 우편투표를 사전에 처리하지 못한 지난 대선보다 신속하게 결과를 보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네바다… 늦게 도착하는 우편투표가 승부 가를 수도
직전 대통령 선거에서 네바다주의 개표 작업은 늦었다. 선거일로부터 5일이 지나서야 조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했다. 이후 네바다주는 선거법을 개정해 10월 21일 우편투표 처리와 집계를 시작하도록 허용했다. 사전투표 집계도 투표 종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거 당일 오전 8시에 시작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11월 5일까지의 소인이 있는 우편투표는 4일 이내에 도착하면 집계된다. 네바다주에서는 우편투표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늦게 도착하는 투표용지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 늦게 도착하는 투표용지는 통상 민주당에 유리하다.

노스캐롤라이나… 부재자·외국거주·군인 표 나중에 개표
선거 당국은 선거일에 앞서 우편투표 처리와 집계를 시작한다. 투표 종료 후 최초 보고되는 결과는 우편투표와 사전투표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 당일의 투표는 밤새도록 집계돼 심야에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선거가 접전이 되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결과는 1주일 이상 명확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11월 5일까지 도착하는 부재자 투표와 외국거주자·군인들의 투표용지는 선거 후 10일간의 개표 기간 중에 집계된다. 직전 대선에서는 선거 후 10일이 지나서야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선언했다.

펜실베이니아… 막대한 우편투표, 선거 당일에야 개표 시작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는 지난 대선에서 선거 후 4일이 지나도록 승자가 분명치 않았다. 당국이 엄청난 양의 우편투표 용지를 정밀 조사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는 선거 당일 오전 7시까지 우편투표를 처리하거나 집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주에 속한다. 이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우편투표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선거 당일 직접투표에 기초한 초기 결과는 트럼프에 우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편투표가 집계됨에 따라 트럼프의 리드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 패턴이 나타나 트럼프가 부정 선거를 주장했다. 음모설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는 선거 당일 자정에 집계가 끝나지 않은 우편투표 총수를 발표하도록 의무화한 새 법이 시행됐다.

위스콘신… 사전투표 집계에 시간 걸릴 듯
펜실베이니아주와 마찬가지로 위스콘신주도 우편투표 처리나 집계를 선거일 아침까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투표 집계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주내 주요 도시의 대부분은 우편투표 용지를 특정 장소에 모아 개표하기 때문에 투표 다음날 이른 아침에 대량의 표가 일제히 보고된다. 지난 대선에서는 주 최대 도시 밀워키에서 선거일 다음날 오전 3시 반쯤에 17만표 가까운 우편투표 결과가 보고되면서 바이든의 표수가 급증, 트럼프를 역전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