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라오스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라오스는 인구 770만명의 작은 내륙 국가이지만 중국·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중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라오스 경제 회랑’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일대일로 사업의 모범으로서 중국·라오스 철도의 추가 개발도 촉진하자고 제안했다.
시술릿 주석도 “중국과 협력해 라오스·중국 철도와 라오스·중국 경제 회랑을 더욱 발전시키고 공동의 미래를 위해 라오스·중국 공동체 건설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리창 중국 총리도 지난 11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라오스를 내륙 고립 국가에서 내륙 연결 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오스는 중국으로 가는 직항 철도노선을 보유한 유일한 아세안 회원국이다. 중국과 라오스는 2021년 59억 달러(약 8조1000억원)를 투자해 중국 국경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연결하는 400㎞ 길이의 철도를 완공했다. 이 철도를 통해 비엔티안에서 중국 윈난성 쿤밍까지 1035km 구간의 국제 철도노선이 개통됐다.
태국 치앙마이대학 수피차 푸냐 교수는 “라오스는 중국이 동남아로 중국 제품을 수출하고 이들 국가 제품을 수입하는 교통 허브”라며 “중국은 라오스의 농업, 에너지, 관광 산업의 잠재력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SCMP에 말했다.
중국·라오스 철도를 다른 국가로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과 라오스가 이 철도를 태국 철도 시스템과 동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은 라오스의 공항, 도로, 내륙 터미널 건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지난 2월 라오스는 중국 개발업체들의 지원을 받아 국내 세 번째 규모인 보케오 국제공항을 개장했다.
홍콩과기대 나우바하르 샤리프 교수는 “이들 사업을 통해 중국 내륙 서부 지역은 동남아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태국 방콕-농카이 고속철도가 라오스의 선로와 연결되면 중국은 태국의 시암만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SCMP에 말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총인구는 약 6억7300만명이다. 제조업 역량이 강화되면서 경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 간의 교역은 2010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이 2005년 발효되고 2018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대미 직접 수출에 따른 관세를 피하려고 동남아에 생산 거점을 만든 영향이 컸다. 중국과 아세안의 무역 규모는 지난해 9117억 달러에 달했고 중국의 지난해 아세안 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34% 이상 증가한 251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