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빅리거 토미 현수 에드먼(LA 다저스)이 2024 미국프로야구(MLB) 포스트시즌(PS)을 지배하고 있다. 당초 빼어난 수비 능력으로 이목을 끌었던 그는 가을야구에서 활화산 타격을 이어가며 공수겸장으로 거듭난 모양새다. 월드시리즈(WS)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예상치 못했던 에드먼의 활약에 힘입어 4년 만의 WS 우승에 다가섰다. 2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뉴욕 양키스와의 2024 WS(7전4승제) 3차전에서 3연승을 노린다. 에드먼은 지난 1·2차전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차전에선 선제 솔로포로 WS 데뷔 홈런을 장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올가을 에드먼의 활약은 다저스 내에서도 압도적이다. 에드먼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경기에서 타율 0.407(11안타 11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미국 ESPN에 따르면 에드먼은 단일 PS 시리즈에서 11안타 11타점 이상을 기록한 역대 세 번째 빅리거다. PS 전체 13경기 타율은 0.365(19안타 13타점)로 다저스의 유일한 3할 타자다.
ESPN은 “유격수, 중견수 등 프리미엄 포지션을 맡는 에드먼은 뛰어난 수비에다 주자를 몰아넣는 능력도 좋다”며 “스위치 히터로 나서 안타를 만드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인 어머니 곽경아씨와 대학야구 코치인 아버지 존 에드먼 사이에서 태어난 에드먼은 2016 MLB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 196번으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지명을 받았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2019년 빅리그에 입성했고, 2021년 NL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수비에 비해 타격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지난 7월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그의 정규리그 37경기 타율은 0.237였다. MLB 통산 633경기 타율도 0.263에 불과하지만 가을야구에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에드먼은 WS를 앞두고 “전체 라인업이 정말 좋았다. 누구나 NLCS MVP를 받을 수 있었다”며 자신을 낮췄다. 다저스 동료 오타니 쇼헤이는 “에드먼은 정규시즌 때부터 팀에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기여를 했다. 그가 분명한 MVP”라고 강조했다.
에드먼은 NLCS에 이어 WS까지 연속 MVP에 도전한다. 역대 MLB에서 두 시리즈 MVP를 휩쓴 경우는 9차례 있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