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KAIST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 2연패 쾌거

입력 2024-10-28 14:34 수정 2024-10-28 15:43
'2024 사이배슬론'에 참가한 김승환 선수가 미션을 통과한 후 환호하고 있다. KAIST 제공

장애 극복을 위한 첨단 로봇기술을 겨루는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지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28일 KA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가 이끄는 KAIST 엑소랩·무브랩, 엔젤로보틱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F1’이 전날 열린 ‘제3회 사이배슬론’에서 우승했다. 2016년 제1회 대회 동메달, 2020년 제2회 대회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도 우승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지켜낸 것이다.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이라 불리는 사이배슬론은 ‘로봇 기술로 장애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스위스에서 처음 개최된 국제대회다. 대회를 마치면 바로 다음 대회의 미션이 발표되며 전 세계 연구팀이 올림픽처럼 4년간 로봇 기술을 연구한다.

이번 대회는 총 26개 국가에서 71개 팀이 참가했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 뿐 아니라 로봇 의수·의족·휠체어 등 8가지 종목이 포함돼 있다. 공 교수 연구팀은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참가했다.

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사이배슬론 대회의 백미로 꼽힌다. 의수·의족 종목은 로봇 기술보다 장애인 선수의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웨어러블 로봇 종목은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이 로봇에 완전히 의존한 채로 미션을 수행하기에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로봇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미션 난이도가 대단히 높아 많은 팀이 출전을 포기하며 한국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 6팀만이 참가했다. 대부분의 연구팀이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일으키는 것조차 버거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부 미션은 지팡이 없이 걷기, 양손으로 칼질하기 등 구현하기 매우 어려운 동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미션의 난이도가 올라간 이유는 지난 대회에서 공 교수 연구팀이 모든 미션을 너무 빠르게 완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회에 참가한 워크온슈트4를 착용한 김병욱 선수에게 “진짜 장애인이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정도다.

김승환 선수와 연구원들이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 KAIST 제공

새롭게 개발한 워크온슈트F1은 모터가 장착된 관절이 6개에서 12개로 늘었고 모터의 출력도 2배 이상으로 강화됐다. 발에 있는 6채널 지면반력 센서는 로봇의 균형을 1초에 약1000회 측정해 균형을 유지한다.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한 카메라와 인공지능 신경망 구현을 위한 AI 보드도 탑재했다.

무엇보다 이용자가 스스로 로봇을 착용할 수 있도록 로봇이 스스로 걸어와 휠체어에서 도킹할 수 있는 기능까지 구현됐다. 모든 부품은 국산화했으며 모든 기초기술도 내재화했다. 로봇의 디자인은 박현준 KAIST 교수가 맡았다.

워크온슈트F1에 적용된 압도적인 기술력, 뛰어난 팀워크 덕분에 연구팀은 다른 팀과 비교를 불허하는 실력차로 모든 미션을 완수했다. 좁은 의자 사이로 옆걸음하기, 박스 옮기기, 지팡이 없는 자유 보행, 문 통과하기, 주방에서 음식 다루기 등의 미션을 불과 6분 41초만에 성공했다.

2·3위를 차지한 스위스와 태국 팀은 주어진 10분을 모두 사용했음에도 2개의 미션을 수행하는데 그쳤다. 사이배슬론 중계진마저 각 팀들의 경쟁보다 워크온슈트F1의 뛰어난 성능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팀 KAIST의 주장인 박정수 연구원은 “우리 스스로와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아직 공개하지 않은 워크온슈트F1의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반신마비 장애인 선수인 김승환 연구원은 “세계 최고인 대한민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내 몸으로 알릴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0년 대회 이후 엔젤로보틱스를 통해 웨어러블 로봇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의료보험 수가의 적용을 받는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인 ‘엔젤렉스M20’을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3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2024 사이배슬론에 참가한 선수와 연구진들. KAIST 제공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