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질곡과 같은 생애를 다룬 연극 ‘사형수 김대중’이 29일 광주에서 첫 무대에 오른다.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내란음모 사건으로 군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한동안 중앙정보부에 갇혀 지낸 김 전 대통령이 극한적 고난 속에서 민주화를 향해 불태운 불굴의 의지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광주 지역극단 푸른마을연극과 광주김대중추모사업회가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공동기획한 이 연극은 31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처녀공연한 뒤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정진백 김대중광주추모사업회 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한 연극은 푸른연극마을 상임 연출자이자 배우인 오성완 대표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숱한 정치적 역경과 함께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김 전 대통령이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주한 신군부 회유와 압력, 사형수 시기에 얽힌 갈등과 인간적 고뇌를 실화 위주로 다룬다.
1979년 10월 16일 발생한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권력의 공백기’에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부당하게 장악한 신군부는 80년 5월 17일 자정을 기점으로 선포한 비상계엄 전국확대와 동시에 과격시위를 배후조종한 혐의로 야당 인사 김대중을 동교동 자택에서 체포한다.
억울한 누명을 쓴 김 전 대통령은 사형 선고에도 아랑곳없이 이듬해 국제사회 여론에 부담을 느낀 신군부에 의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될 때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교도소에서 섭렵하며 정치·경제·문화적 식견을 두루 넓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3전 4기’의 험난한 대권 도전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1998년 2월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2000년에는 남북화해와 국제 평화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국내 처음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극단 측은 전국 공모를 통해 선발한 김규리, 박상규, 오일룡, 이봉하 등 10년 차 이상 배우들로 주요 출연진을 꾸렸다. 연극무대 경험이 없는 송민서·송태곤·임형택 등 3명의 시민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9월 초부터 합숙을 하면서 공연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공연 시간은 100분이다.
김대중 역을 맡은 오성완 대표는 “상업적 흥행을 떠나 지옥이나 다름없던 사형수 시기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하나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