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연장전 패배 분풀이로 락커룸 파손해 구설수

입력 2024-10-28 01:29 수정 2024-10-28 09:57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한 김주형이 7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날린 뒤 볼 방향 살피고 있다. KPGA

김주형(22·나이키)이 경기에서 패한 뒤 엉뚱한 곳에다 분풀이를 해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김주형은 지난 27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에서 막을 내린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공동 주관의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400만 달러)에서 준우승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파리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동반 출전했던 안병훈(33·CJ)과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락커로 돌아온 김주형은 패배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락커문에다 화풀이를 했다. 결국 충격을 견디지 못한 락커문이 파손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날 대회장에는 국내에서 펼쳐진 골프대회로는 드물게 구름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다. 챔피언조에 김주형과 안병훈이 페어링 된 것이 틀림없이 한 몫을 했다.

경기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명승부로 펼쳐졌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 도착했을 때 김주형이 1타 차 선두였다. 그리고 18번 홀에서 김주형은 2.1m, 안병훈은 2.3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남겼다. 딱 봐도 김주형이 유리한 국면이었다.

하지만 안병훈의 버디 퍼트는 성공한 반면 김주형의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그리고 승부는 연장으로 들어갔다.

같은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도 티샷 결과만 놓고 본다면 김주형이 유리했다. 김주형의 티샷은 투온이 가능한 페어웨이에 안착한 반면 안병훈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러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안병훈은 레이업에 가까운 두 번째샷으로 볼을 그린 근처까지 보냈다. 김주형이 투온을 노리고 날린 회심의 두 번째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턱 러프로 떨어졌다. 그리고 세 번째샷이 생크가 나면서 4온에 성공했다.

김주형의 파퍼트가 홀을 외면하자 안병훈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9년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안병훈은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주형이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라며 “나도 주형이게 미안하다고 했다. 차라리 이글로 승리했더라면 마음이 홀가분했을텐데 주형이 실수로 우승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고 후배의 패배를 위로했다.
김주형이 연장전에서 패한 뒤 분을 참지 못하고 화풀이를 해서 파손된 락커룸 문. 독자제공

김주형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도 하다. 동타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왠지 역전패를 당한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어 프로들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화풀이를 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하지만 클럽을 내동댕이 친다거나 땅을 내려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주형처럼 골프장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극히 이례적이다.

선수가 승부욕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실수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건 인성의 문제다.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간주하기엔 지나쳤다는 게 현장을 목격한 목격자들의 중론이다.

김주형은 PGA투어와 DP월드투어로부터 거액의 초청료를 받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대회 흥행 카드로서의 가치를 고려해서다. 그리고 그 바램대로 대회는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면에서 드러난 민낯으로 대회 흥행은 반감이 불가피해졌다.

잭니클라우스GC는 국내 대표적 프라이빗 회원제 골프장이다. 클럽 운영위원장은 현 KPGA 김원섭회장 체제가 출범하는데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 풍산그룹 류진회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류 회장은 PGA투어와도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이 사실을 인지한 골프계 한 인사는 “그같은 행동을 우발적, 돌출적으로만 여겨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절대 안된다”라며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어떤 면에서는 KPGA투어를 무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그는 이어 “우승한 선수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리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동반 출전했던 안병훈”이라며 “자신에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선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준다면 결코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주형은 자신의 일탈 행동에 대한 사과없이 골프장을 서둘러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형은 메인 스폰서 행사 참여 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1주일간 국내에 머물다 미국으로 출국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