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된다는 것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책임감으로 두려움이 앞서는 일임에 분명할 겁니다. 그러나 ‘괜찮다’고, ‘넌 잘 할 수 있다’고 묵묵히 지지해주는 내 편이 있다면 그런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기도 하지요.
아이 낳기 직전 무서워서 눈물을 짓던 한 여성을 위해 임신한 배에 손을 얹고 ‘두려워하지 말라’는 가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친구들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나 지내는 곳에서 출산을 앞둔 여성이 심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친구들의 사랑과 지지가 그녀에게 온전히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이 영상을 올린 성악가 성은비(36)씨는 2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아이를 임신 중이었고, 타지에서 아이가 곧 나올 거 같아 두려워 떨며 울고 있었는데 저처럼 음악 공부를 하러 유학 온 친구들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축복하며 노래를 불러주었다”며 “그때 그 노래를 듣고 태어난 아이가 지금 5살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둘째 임신 중인 성씨는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남편 김한결(37)씨과 함께 10년째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성씨는 “예전에 촬영한 영상을 이번에 공유하면서 저런 친구들이 내 곁에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진정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축복입니다’라는 댓글에 저도 크게 공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영상(instagram.com/reel/DBPc-RPMBmI)에서 성씨의 남편과 그의 친구들은 출산이 임박해오던 징후에 겁나고 두려워 울던 성씨를 위로하며 불룩한 배에 손을 얹고 노래를 불러줍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친구는 건반을 누르며 음을 맞췄고요. 친구들이 성씨에게 부른 곡은 CCM(기독교 음악) ‘요게벳의 노래’(염평안)입니다.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눈을 맞추며 노래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성씨는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특히 이 곡은 출산에 전혀 관심 없던 성씨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결심하게 한 곡이기에 더욱 뜻깊었다고 하네요.
최근 성씨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영상은 일주일 만에 35만회에 가까운 재생수를 기록했습니다. 많은 이들은 친구들의 진실한 모습에 눈물이 났다면서 감동했습니다. 특히 외로움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힘들 때 진정으로 위로해 주는 주변인의 모습에 부러움을 드러냈습니다.
성씨는 성악 유학으로 시작한 타향살이 10년 차에 자주 외로움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정들만 하면 떠나는 사람들, 몇 해 전 유행한 코로나 19로 생각지 못하게 헤어지는 아픔도 있었고요. 지독한 외로움을 겪어봤기에 온라인을 통해 만나는 이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7년 전부터 운영하는 익명 게시판 ‘에스크’가 그렇다고 합니다. 그는 에스크를 통해 지금까지 3만 건에 달하는 질문에 답을 남겼다고 해요. 질문이 쏟아질 땐 하루 70개가 넘기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단 한 명이라도 제 답변을 통해 힘을 얻거나 소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우스꽝스러운 질문도 적지 않았지만, ‘자살하고 싶다’는 등 심각한 고민도 정말 많거든요. 그분들이 외롭고 힘들고 얼마나 말할 데가 없으면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익명으로 이런 고민을 남길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요. 상처받은 사람들과 실제 통화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준 적도 많아요. 질문이 쏟아졌던 때에는 답변하느라 종일 휴대전화만 붙들고 있어서 안구건조증이 심해졌어요.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에 저는 끝까지 할 생각이에요.”
그는 익명 게시판을 이어가며 오히려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남편이 1년 중 절반은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일하러 가기에 아이를 키우면서 외로움을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했는데요. 한때는 육아 우울증에 가까운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해요. 그러나 성씨는 “처음엔 타국에서 친척하나 없이 홀로 키우는 게 너무 서글퍼서 놀이터에 나가면 가족이 많은 이들이 부럽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교회 식구와 유학생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잘 해낼 수 있었다. 모두 하나님의 도우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좋은 친구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졌더니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같이 슬퍼해 주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누구나 동정하는 마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좋은 친구란 좋은 소식이 있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순위가 매겨지는 음악계에서 생활했던 터라 그게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마음을 나누면서 기쁜 일에 자기 일처럼 축복을 해주고 그 사람이 잘 됐을 때 함께 기뻐해 주는 것, 저에게도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살면서 세상을 살면서 그런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며 살려고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