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사 연임 늑장재가 논란에 ‘신분불안’ 재부각

입력 2024-10-28 06:00
오동운 공수처장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검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들 연임이 임기 만료 직전 결정돼 공수처 검사의 고질적 ‘신분 불안’ 문제가 재부각되고 있다. 현행 공수처법상 검사 임기는 3년이다. 연임 심사와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3회 연임(최장 12년)이 가능하다. 이 같은 제도가 신분 불안정성을 키우고 수사 연속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25일 연임이 결정된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와 차정현 수사기획관 등을 중심으로 채상병 수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립했던 수사 계획을 토대로 자료 분석과 검토를 진행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의 윗선으로 꼽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정식으로 소환 조사하지 못했고, 연내 수사를 마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이번 재가 지연과 관련해 채상병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색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8월 13일 이 부장검사 등 4명에 대한 연임안을 의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만료(27일)를 이틀 앞두고 연임을 재가했다. 4명 중 이 부장검사와 차 기획관이 채상병 수사를 맡고 있다.

지난 8월 채상병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가) 수사 기밀을 의도적으로 흘렸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이자 피의사실 공표”라고 불만을 드러냈었다.

임기 3년의 공수처 검사가 연임 심사 때마다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에 연임 대상이 된 검사들 속은 타들어 갔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검찰청법의 경우 별도의 임기 규정 없이 검사 정년을 63세로 보장하고, 7년마다 적격 심사만 받도록 한다.

구조적인 신분 불안 문제가 공수처 인력난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공수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공수처 출범 후 지난달까지 퇴직 검사는 20명이었으며 평균 근무 기간은 761일에 불과했다. 일부 부장검사와 평검사가 퇴직하면서 다음 달 1일 기준 공수처 검사 인원은 처장과 차장 포함 15명이 된다. 정원보다 10명이 적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퇴임식에서 “3년 임기는 검사들의 신분 불안을 야기한다”며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야 ‘내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뿌리를 내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공수처 부장검사였던 예상균 변호사는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란 논문에서 “임용 3년 후 자신이 공수처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 조직의 기반이 흔들릴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