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 지고, 호주·일본 뜨고…석유제품 수출처 다변화 가속

입력 2024-10-28 07:00

우리 수출액의 8~10%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 품목인 석유 제품이 수출처 다변화와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동반 하락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정유업계가 수출 확대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업체들은 자체 정유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호주에 올해 들어 3분기까지 67억7500만 달러(약 9조4200억원) 어치의 석유 제품을 수출했다. 호주는 지난 2020~2021년 퀴나나·알토나 정유 공장이 문을 닫는 등 자체 정유 생산량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수요가 늘자 한국·싱가포르 등에서 수입액을 늘리고 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정유 생산시설을 통폐합하며 하루 정제능력이 2013년 412만 배럴에서 지난해 307만 배럴로 26%가량 줄어들었다. 여기에 관광객 증가로 인해 휘발유·항공유 수요가 급증하자 일본 정유 업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를 국내 기업들이 잡고 있다. 국내 업체의 올해 1~3분기 일본향 휘발유 수출량은 45%, 항공유 수출량은 49% 증가했다. 한국산 휘발유는 일본 전체 수입량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2021년까지 한국 정유사의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으로의 수출은 감소세다. 중국이 자체 정유시설을 확충하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한 영향이다. 국내 정유 업체들이 올해 3분기까지 중국에 수출한 제품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6%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판매되는 승용차의 40% 이상이 전기차일 정도여서 경유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체 정제능력은 2013년 하루 1450만 배럴에서 지난해 1848만 배럴로 27% 증가했다.

베트남향 수출 금액은 지난해 대비 27% 감소했다. 지난 2022년 베트남 최대 정유시설 응이손(Nghi Son)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 문제를 파고들며 국내 업체들이 수출을 늘렸지만 베트남이 생산능력을 회복하며 수출이 다시 줄어든 모양새다.

수출 확대는 수익성 악화 보릿고개를 넘는 정유 업계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3분기 평균 배럴당 3.6달러를 기록 중이다. 4~5달러 수준인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는 꾸준한 수출 확대로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