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냐 아니냐’…LAT·WP 등 美언론도 내전중

입력 2024-10-27 16:55
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가 3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대선의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대선 후보 지지 성명을 내지 않기로 했다. 두 신문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계획이었으나 사주가 이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향후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항복했다”는 비판이 회사 안팎에서 거세다.

WP 편집인 겸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루이스는 25일(현지시간) “WP는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스는 “이것이 어떤 후보에 대한 묵시적 지지,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 책임의 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읽힐 것임을 안다”면서도 “이것은 독자들이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스스로 정하는 것을 지지하는 성명”이라고 설명했다.

WP는 별도 기사를 통해 해리스에 대한 지지 선언 초안이 마련된 상태였다며 “해당 결정은 WP 소유주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내렸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내부 반발이 거센 상태다. WP에 정기적으로 기고해온 로버트 케이건 선임편집자는 사퇴했다. 18명의 칼럼니스트는 성명을 통해 “WP가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표명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끔찍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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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도 해리스에 대한 공개 지지가 사주인 패트릭 순시옹에 의해 막히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성공한 바이오 사업가인 순시옹은 2018년 5억 달러(6950억원)에 LA타임스를 인수했다. LA타임스 편집위원회를 이끄는 마리엘 가르자 에디터와 편집위원 2명이 사주의 결정에 반발해 잇따라 사퇴했다. LA타임스는 2008년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 왔다.

MSNBC방송은 “WP와 LA타임스의 부유한 소유주들이 트럼프에게 항복했다”며 “거대하고 영향력 있는 플랫폼을 구매한 부유층이 독자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에 더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