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이 ‘불타는 금요일’, 전 세대 기도로 밤을 넘는다

입력 2024-10-27 10:00
수영로교회 청소년들이 25일 교회 본당 강대상 앞에서 기도 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

25일 오후 11시 30분. 200여 명의 청소년이 너나 할 것 없이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본당 앞으로 나왔다. 강대상 앞에 선 이들은 ‘주여’를 목놓아 부르거나 무릎을 꿇어 기도했다. 그 뒤에는 청년, 중직자 등 신앙의 선배 6000여 명이 손을 들고 기도의 힘을 더했다. 정필도 원로목사 시절 교역자, 장년들이 기도하던 강단 앞자리를 다음세대에게 내어주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기도는 25일 밤을 넘어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세상이 유흥과 오락으로 ‘불타는 금요일(불금)’을 보내고 있을 때 이곳에는 ‘기도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기도로 밤을 뚫다’를 주제로 개최된 금요철야콘퍼런스의 합심 기도회에서다. 이날 어린이 금요 철야(어금철)도 다른 공간에서 동시 진행됐다.

전 세대가 네 시간이 넘도록 열정적으로 기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는 본 기도회 시작 전 영적 온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과정을 ‘예열’이라고 말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금요 철야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중직자, 청년, 어린이 부서별로 흩어져 기도회를 했다. 중보기도 조장들이 모여 기도하는가 하면 교육관에서는 청년 네 개 팀이 각자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 청년부 기도회를 드렸다.

본당에서 진행하는 중보기도회가 한국교회 나라 민족 등 거시적인 주제를 놓고 기도한다면 부서별 기도회에서는 내 이웃과 주변을 위한 세밀한 기도를 드린다. 청년1팀 회장 강동희(24)씨는 “소그룹은 학교 지역 등 더 작은 단위로 구성돼 있다”며 “이곳에서는 ‘내가 서 있는 곳’을 위한 구체적인 기도를 나눈다”고 전했다.

한 청년이 25일 부산 수영로교회 교육관에서 진행된 청년1팀 기도회에서 손들고 기도하고 있다.

청년들의 기도 열정이 전 세대의 ‘기도 연결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앞서 열린 콘퍼런스 강의에서 김경일 청년영역 총괄 목사는 “교회 내 기도는 하나의 문화”라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학교기도 모임 등으로 기도한 다음세대가 청년세대가 됐을 때 기도 움직임을 일으킨다”며 “부모세대의 기도가 청년세대로, 이들이 교회학교 혹은 교사로 자라면 또 다른 다음세대로 이어진다”고 했다.

7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이민욱(28)씨는 “어렸을 때부터 기도하는 연습을 한다. 교회 안에서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삶을 나누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며 “오랫동안 깊이 기도하거나 통성으로 기도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오전에 열린 세미나에서는 이규현 목사가 ‘금철(금요철야)하는 교회는 다르다’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 목사는 “기도는 교회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경의 사람들은 기도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갔다”며 “예수님은 친히 기도의 모델이 되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브라함 모세 한나 다윗 요나 느헤미야 등 성경 인물을 나열하며 “모든 위대한 성경 인물은 기도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이규현 목사가 25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금철하는 교회는 다르다'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

한국교회가 기도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을까. 이날 행사에 참여한 외부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교회의 절반 이상은 “금요일 철야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목사는 “많은 교회가 기도를 하나의 프로그램을 가져온다. 한국교회 안에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졌다”며 “기도는 유행을 타지 않으며 교회 성장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온실의 화초가 아니다. 광야의 잡초다.”

이 목사가 말한 ‘잡초’는 교회의 야성(野性)을 의미한다. 그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생명을 걸고 부르짖는 기도를 할 때 믿음이 생긴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기도의 본질을 아는 것과 동시에 밤을 새워서 하는 기도를 시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