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 “예산 아껴야” 해외 출장길 일반석 고집

입력 2024-10-26 08:09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유럽 출장길에 항공기 프레스티지석(비지니스석)을 사양하고 일반석(이코노미석)을 이용해 화제다. 이른바 ‘특권 내려놓기’다.

김 지사는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 런던으로 출국한다. 오는 31일까지 4박6일 일정으로 런던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을 차례로 방문한다.

김 지사는 런던의 철도 아래 선하공간을 직접 둘러보고 KTX오송역 B주차장에 지어질 복합문화공간의 활용 방안을 고민한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한국 수출기업 설명회인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세일즈 외교도 나선다.

김 지사는 직원들과 함께 항공기 일반석에 탑승했다. 규정상 비지니스석을 타도 전혀 문제가 없다. 대부분 광역단체장은 해외 출장길에 비지니스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예산을 아껴 현안사업에 보태주겠다. 전혀 불편하지 않다”며 일반석 탑승을 고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거리 비행만이라도 편안한 좌석에서 도정을 구상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건의도 했지만 김 지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사님이 워낙 완강해서 비행시간과는 상관없이 해외 출장 항공편은 무조건 일반석으로 예매하고 있다”며 “비지니스석 말도 못 꺼낸다”고 말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도 “도지사가 일반석을 탑승해 항공사도 의전 문제로 난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광역단체장 중 김 지사만 유일하게 일반석에 탑승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무원 국외항공 운임 지급기준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장은 차관급 예우를 받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할 때 비지니스석 이용이 가능하다. 시·도 지사는 해외 출장할 때 일등석이나 비지니스석, 1∼3급 공무원은 비지니스석, 4급 이하 공무원은 일반석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김 지사가 일반석을 고집하고 있어 부지사 등 고위공무원들도 덩달아 일반석을 이용하고 있다.

김 지사는 2022년 7월 취임 후 벨기에, 일본, 인도네시아,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영국 등 총 8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항공기 비지니스석 탑승은 2022년 11월 충청권 4개 시도지사·의장 등과 함께 벨기에를 방문한 2027하계세계대학경기 개최지 발표가 유일하다. 그 당시 항공과 숙박 등 모든 경비는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충청권공동유치위원회가 부담했다. 이후에는 줄곧 일반석을 이용하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과 함께 관사 반납, 집무실 축소(20㎡), 항공기 일반석 탑승, 휴대전호 번호 공개 등 탈권위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종도(인천공항)=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