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안보 협의차 미국을 방문한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25일(현지시간) “미국과 북한 파병에 따른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포함해 밀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열고 “워싱턴 방문 첫날인 24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간 양자 협의를 가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양자 협의에서 “최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한 헌법 개정 암시, 남북 연결 도로 및 철도 폭파, 계속된 오물풍선 살포 등과 같은 무분별한 회색지대 도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철통같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면서 접경지대를 포함한 북한의 어떤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또 한미 협의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타결에 대해 한미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상호 수용 가능하고 합리적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은 이날 오전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북한군 파병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면서 “한미일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현 상황을 평가함에 있어 3국 간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의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는 데 의견이 일치됐다”며 “3국은 북러 군사적 밀착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긴밀한 공조 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이날 오후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의 협의에 대해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도발 등으로 엄중해지고 있는 안보 상황에 대처함에 있어 한미일 뿐 아니라 한일 양자 차원에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군 파병 대응 시나리오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와 인력 및 병력 지원 논의까지 진전된 상황이 아니다”며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취할 것이다. 외교적·경제적 다양한 수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군의 파병 단계별 대응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동부에 북한군 3000명이 있고 총 1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동부에서 적응훈련을 하는 단계”라며 “(북한군의 역할은) 실제 전선에 투입되는 단계, 후방 지역에서 작전 지원 임무를 하는 단계 등 여러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세분화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한미일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관련해 “국가안보보좌관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번 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무기 및 탄도미사일 이전을 포함해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 심화를 보여주는 일련의 우려스러운 징후 중 가장 최근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안보보좌관들은 러시아와 북한이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법적인 전쟁의 안보적 영향을 유럽을 넘어 인도 태평양으로 확대하는 이런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